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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ANA] 티샷 1분·퍼팅은 2분…비 울린 린드베리 비매너

8년만의 LPGA투어 첫 우승에도

지나친 '슬로 플레이'로 구설수

3R 선두 달리던 박성현도 흔들

"박인비 우승 강탈" 국내팬 부글

페르닐라 린드베리(앞줄 왼쪽 두 번째)가 3일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가족·캐디와 함께 챔피언 연못인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고 있다. /랜초미라지=AFP연합뉴스




이제 치는가 싶으면 몸을 풀어 타깃을 보고 이번에는 정말 치겠지 싶을 때 또 한 번 고개를 든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의 ‘늑장’ 루틴이다. 국내 일부 골프팬들은 3라운드에 동반 플레이어 박성현의 리듬을 깨뜨린 원인으로 지목됐던 린드베리의 슬로 플레이가 연장에서 박인비(30·KB금융그룹)의 발목마저 잡았다며 비난하고 있다. 우승상금 42만달러(약 4억4,000만원)를 챙긴 린드베리는 “계속 같은 루틴을 유지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한 게 우승까지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바로 이 루틴이 논란이 되고 있다.

3일(한국시간) 린드베리의 ANA 대회 우승을 다룬 국내 기사에는 “지독한 루틴으로 (박인비의) 우승을 강탈한 수준” “저 선수랑 (같이) 치고 좋은 스코어를 낸 선수가 없었다” “루틴 긴 사람이랑 골프 쳐보면 안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런 사람이랑 안 치게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LPGA 투어 선수 출신 해설자 한희원도 TV 중계 중 “루틴이 점점 길어진다”고 지적했다.

린드베리는 슬로 플레이 탓에 3라운드에 구두경고를 받았다. 앞 조와 멀어졌다는 이유로 같은 조 전체가 경고를 받았고 공교롭게도 단독 선두였던 박성현은 이후 5개 홀에서 5타를 잃는 난조에 빠졌다. 린드베리는 느리다고 생각되는 상대의 플레이는 두고 못 봤다. 박성현의 티샷이 떨어지기도 전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 자리를 비킬 것을 재촉하는 ‘비매너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일몰에 따른 ‘1박2일’ 연장에서 린드베리의 플레이는 더 느려졌다. 마지막 8차 연장(10번홀·파4)에서 7.5m 버디 퍼트를 넣을 때가 가장 심했다. 처음 볼 뒤에서 퍼트 라인을 확인한 시점부터 스트로크 하기까지 거의 2분이나 걸렸다. 이 홀 티샷 때도 1분 이상을 썼다.

세계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페이스 오브 플레이’ 룰은 샷 당 40초의 시간제한(한 조에서 첫 샷을 하는 선수는 50초까지 허용)을 권장한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3일 “플레이 속도에 대한 이런 지침이 있지만 앞 조와 네 스트로크 이상 벌어져 있는 경우에만 벌타 사유가 성립된다”며 “앞 조가 없는 연장에서는 슬로 플레이에 대한 제재 규정이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린드베리의 이날 플레이를 룰로써 제재할 방법은 애초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룰을 떠나 동료의 정상적인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린드베리 같은 플레이스타일은 골프 매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3m 버디 퍼트를 놓쳐 준우승한 박인비는 “린드베리의 마지막 퍼트는 챔피언 퍼트였다. 메이저 우승을 그것도 8차 연장 끝에 해내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을 해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선수 중 최고다. 2015년 10월 이후 세계 1위에서 내려온 그는 올 시즌 월드 넘버원 탈환도 노려볼 만하다. 현재 1위는 펑산산(중국)이다. 박인비는 48만221달러로 시즌 상금 1위로도 올라섰다.

3일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LPGA 투어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 페르닐라 린드베리(왼쪽)가 박인비의 축하를 받고 있다. /랜초미라지=AFP연합뉴스


한편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치러진 이 대회 연장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현지시각으로 1일 오후7시30분까지 네 번째 연장을 치렀는데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4차 연장이 시작될 때 조명을 켜봤지만 결국 경기는 다음날로 순연됐다. 5차 연장은 2일 오전8시(한국시각 3일 0시)에 시작됐다. 서든데스 방식 기준으로 LPGA 투어 역대 최장 연장은 1972년 코퍼스 크리스티시비탄 오픈에서의 10차 연장이다.

LPGA 투어 9년 차 린드베리는 1·2부 투어와 유럽 투어를 통틀어 250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약혼자이기도 한 캐디, 부모님과 함께 챔피언 연못 ‘포피스 폰드’에 풍덩 뛰어들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대회 내내 절정의 퍼트 감으로 박인비마저 무릎 꿇린 린드베리를 두고 “세계 95위 선수가 박인비를 이겼다.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꺾은 사건(2009년 PGA 챔피언십)에 비견될 만하다”고 평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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