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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미디'보다 웃긴 방송법 개정

정치부 하정연 기자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C S 루이스는 ‘자신의 선의를 확신할수록 철저하게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선의에 내포된 위험성이자 맹점이다. 권력은 선의로 작동하지 않고 선의는 왜곡되기 마련이다. 공영방송에 필요한 것은 방송을 구원해줄 ‘착하고 정의로운 정권’이 아니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도 정치권력의 간섭을 차단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설계하는 게 국회의 의무다.

방송법 개정을 둘러싼 작금의 여야 공방은 정치권의 선의를 또다시 의심케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16년 7월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 6명씩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 뽑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삼아 공세를 차단했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자 여야의 입장은 뒤바뀌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필사적으로 반대해온 야권은 조속한 처리를 부르짖으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고 법안 발의 주체인 민주당은 정작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송법 개정안 재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입장을 바꿨다.

공영방송은 그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얻기 위해 되레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에 부딪쳐왔다. 사실상 정부 여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때문이다. 여야 구도가 고스란히 이사진 구성에 반영되면서 ‘대통령·집권여당-방통위-이사-사장’이라는 수직체계가 형성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에서 이른바 좌파 대청소, 우파 대청소가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된 방송법 개정안이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으니 마음이 변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든 게 사실이다. 우선 방송법 개정을 통해 여야 구도를 최대한 희석하고 근본적 개편안을 고민하는 게 순서다. 그래야만 정치권도 더는 자신들의 ‘선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있다.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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