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2개월 만에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택했다.
6일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월 본격 시행된 후 이달 3일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274명에 달했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유보란 연명 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8명은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시범사업기간을 포함해 지금까지 1만 4,717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썼다.
또 말기환자나 임종과정 환자 가운데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2,160명이며 이 가운데 1,144명이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가 암 말기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겠다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서 환자의 의향을 확인하기 어렵게 된 환자 중에서 882명은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1,240명은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했다. 법이 시행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아직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관계자는 “시간이 흘러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환자의 뜻을 담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환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윤리위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상급종합병원은 42곳 중 동아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등 2곳을 제외한 40곳(95%)에 윤리위가 있어 설치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종합병원은 296곳 중 70곳(23.6%), 병원급 1,447곳 중 5곳(0.3%), 요양병원 1,512곳 중 14곳(0.9%)만 윤리위를 설치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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