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참여연대가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두고 “헌정질서 유린행위는 단죄했으나 정경유착 부패범죄 단죄에는 불충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은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 등에 면죄부를 준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결과를 고려할 때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통령·최순실씨 2·3심과 이 부회장 3심 재판부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심판에 임하길 촉구했다.
민변과 민주법연, 참여연대는 10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 분석과 전망 좌담회’를 열고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우선 발제자로 나선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단죄에는 엄격했으나 정경유착의 다른 쪽인 경제권력 재벌총수 단죄에는 철저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상위 재벌그룹 대부분이 가담했던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서는 석연찮은 법리를 적용하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의 안종범 업무 수첩 증거능력 부인이나 최순실 승마 지원 부정을 올바로 잡은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정하고, 미르·K스포츠 등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설립한 재단 자체를 뇌물로 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부회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삼성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사실 파악에 눈감은 판결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과거부터 영남대 재단,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등 재단 활동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재단 설립 자체가 뇌물 수수인데 법원은 재단을 제3자로 보고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챙긴 게 없다고 봤다”며 “이것이 대법원 판례로 확정되면 권력자들이 재단을 설립해 뇌물을 받는 편법이 만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는 다음 발제자로 나서 “롯데나 SK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는데, 삼성만 입증되지 않는다는 판결문은 설득력이 없다”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심에서 모두 ‘삼성 합병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했는데, 이 부회장은 법원으로부터 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우대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진정한 보수라면 기업 재산권을 유린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해야 되는데 판결문을 보고도 보수가 그를 비판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어 굉장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판결문을 보면 뚜렷한 인식이 있어야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데 이건 문제라고 본다”며 “구성요건만 명확해야 되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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