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 것은 플랫폼(기반 서비스) 덕분일까. 콘텐츠의 힘인가. 해묵은 논쟁이 최근 음원 서비스와 주문형 비디오(VOD)의 월 사용료 인상 움직임으로 재점화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문체부는 외부 의견 수렴과 한국저작권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오는 6월 새로운 사용료 징수규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제출된 건의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월정액 묶음 상품의 할인 폭에 제한을 둔 것이다. 한 달에 30곡(1곡 700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상품은 현행 규정대로라면 2만1,000원이다. 다만 음원 서비스 사업자의 할인으로 평균 약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가 낸 새로운 규정(할인율 제한 50%→25%)으로 적용하면 1만5,750원으로 75% 오른다. 무제한 스트리밍(실시간 듣기)·내려받기 복합 상품도 마찬가지다. 스트리밍 할인율은 기존 50%에서 20%, 내려받기 할인율은 현행 65%에서 50%로 각각 줄어들고 복합 상품으로 묶인 데 따른 할인 혜택도 축소하면서 평균 약 1만원 수준인 서비스가 3만4,320원으로 높아진다.
음원 서비스 업계는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으로 고객이 떠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음원 서비스의 종량제(가입자 이용횟수에 따라 사용료를 매기는 것)를 도입해 월정액 상품 가격이 2배가량 뛰었을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창작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이번 개정이 오히려 음악 시장을 위축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저작권 단체는 오히려 음원 서비스 업체가 묶음 상품 대신 사용자에게 1곡당 사용료를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면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예를 들어 30곡 내려받기 상품을 음원 서비스 업체가 판매해도 정작 사용자가 다 쓰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다”면서 “오히려 음원 사용 횟수에 따라 사용료를 매기는 과금 시스템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TV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지상파 3사의 VOD 서비스 월정액 요금도 다음 달 초 인상을 앞두고 있다. 지상파 3사에서 ‘콘텐츠 제작 비용 증가’를 이유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운영사와 케이블TV 사업자에 협상을 요구한 데 따른 결과다. SBS는 이미 IPTV와 케이블TV의 VOD 서비스 월정액 요금을 8,800원으로 올렸고 KBS와 MBC도 같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VOD 월 정액 요금이 IPTV는 6,600원, 케이블TV가 5,5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33~60% 수준이다. 지상파 3사가 가입한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콘텐츠 품질을 향상을 위해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VOD 요금이 올라가면 양쪽 모두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지만 지상파 3사와 달리 케이블방송 사업자는 요금 인상에 신중하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요금 인상으로 수익이 조금 늘 수는 있겠지만 가입자의 ‘가격 저항’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탈을 줄이기 위해 판촉 등을 시행하면 결국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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