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은행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는 금융노조의 설명은 궤변이다. 전 직원이 동시에 점심시간을 보장할 현실적 방안은 일선 영업점포의 창구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것밖에 없다. 이게 은행 문을 닫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가뜩이나 최근 몇 년 동안 은행 점포가 눈에 띄게 줄기까지 했으니 금융소비자로서는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고객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요구안을 단체교섭에서 올릴 수 있을까 싶다. 은행의 공적기능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은행은 전형적인 면허업종으로 아무나 은행업을 할 수 없다. 완전경쟁에 노출되면 은행 부실을 초래해 자칫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대신 인가받은 은행은 예대마진 하나만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은행 직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고 복지혜택도 톡톡히 누리지 않는가. 금융노조는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2008년 은행 마감시간 30분 단축을 관철한 바도 있다.
삶의 질 개선을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이 은행의 공적기능 훼손과 고객 불편으로 연결돼서는 곤란하다. 점심시간 영업중단 단체협상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금융당국도 정부발 근로시간 단축에 편승하려는 은행권 노조의 얄팍한 심산을 직시하고 오직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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