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기업의 화두는 행동경제학과 4차 산업혁명입니다.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제 일반화되었죠. 이른바 초연결사회가 되면 고객과 기업 모두가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지난 9일 저녁 용산도서관에서 박정호(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경제학, 인간을 탐색하다’ 첫 날 강의에서 행동경제학과 과학기술이 만나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회째다.
이번 강좌는 경제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심리학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인간의 소비패턴을 분석하는 기업의 경영노하우와 자신의 소비행태마저 낱낱이 드러나 충동구매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이른바 앉은 자리에서 주머니가 털리는 시대에 합리적인 소비자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박 연구원은 기술적 변화가 일상에 스며들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와해성기술(distruptive technology)’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00년과 1913년 뉴욕시 5번가의 풍경을 찍은 사진 2장을 비교하면서 설명을 해 나갔다. “1900년 마차로 가득 찬 뉴욕시 5번가에 자동차는 한대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13년뒤 같은 장소에는 반전이 일어납니다. 자동차가 도로를 뒤덮고 마차는 딱 한대 뿐이었던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 새로운 기술이 보급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3년에 불과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속도가 더 빨라지겠죠. 여러분은 변화하는 시대를 감지하지 못하고 와해성 기술을 붙들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센서 가격의 인하로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면서 소비자패턴을 읽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대기업이 주로 활용했던 빅데이터 분석기법이 일반화하면서 중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확산하고 있다면서 과거의 마케팅기법으로는 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50여명이 신청한 이번 강좌에는 직장인을 비롯해 소상공인, 고등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 참석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총 4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오감을 활용한 행동경제학, 재테크에 숨은 행동경제학, 신뢰와 공정성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오는 30일까지 강의가 이어진다. 박 연구원은 “다음 시간에는 오감을 어떻게 마케팅에 이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라면서 “최근에는 마케팅에 시각 만족을 위한 다양한 기법이 등장하고 있지만 곧 확산될 촉각·후각 등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기업은 이제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시그니처 향기도 개발하는 시대인 만큼 인간의 오감의 반응과 이를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행동경제학의 면모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 6기 고인돌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예술, 과학, 건축, 클래식음악, 경제학 등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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