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를 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관행’을 해명의 논리로 내세우자 이들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인사들도 ‘적절하지 않은 물타기’라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피감기관 돈으로 국회의원이 출장을 가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논란이 된 김 원장의 지난 2015년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출장을 함께 제안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통상 상임위 해외출장은 국회의장실 행사로 함께 가거나 특정 이슈에 맞춰 상임위 행정실을 통해 여야 의원을 묶어 진행한다”며 “안 될 출장을 가고 의원 한 명이 빠졌다고 비서를 데려가다니 황당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우군’인 민주당 내 시선도 싸늘하다. 특히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의원 해외 시찰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논의의 초점을 김 원장이 아닌 국회 전반으로 확장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일반 기업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잘못한 한 명을 혼내야 하는데 ‘우리도 그동안 그랬잖아’ 하고 의원 전체를 싸잡아 개선 대상으로 엮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김 원장의 처신 역시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원 시절 공무원과 언론인 등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며 ‘김영란법’ 제정에 앞장섰던 인물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등 ‘두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또 2015년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아내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조 전 부사장과 갈등관계였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금감원 조사를 요구한 바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의 ‘수상한’ 후원금에 모종의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청와대의 이율배반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는 물론 청와대 내에서도 관행이었던 취업 청탁을 뿌리 뽑겠다며 ‘인사비리 척결’을 외치던 인사들이 김 원장을 옹호하는 상황이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관행이었던 취업청탁이 지금은 범죄행위가 되고 있는데 피감기관 외유를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기식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은 진흙탕 폭로전으로 가열되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공항공사를 통해 나 홀로 출장과 보좌진 대동 출장을 갔다고 지적했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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