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새가 골프볼에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런 보기 드문 장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나왔고 새를 맞힌 주인공은 컷오프의 불운을 겪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15일(한국시간) 전날 RBC 헤리티지(총상금 670만달러) 2라운드에서 켈리 크래프트(미국)에게 일어난 ‘사건’을 소개했다.
크래프트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081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13번홀까지 중간합계 이븐파를 기록하며 3라운드 진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14번홀(파3·192야드)에서 황당한 더블보기를 적어내야 했다. 7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날아가던 새에 맞았고 볼이 그린에 약 20야드 못 미친 워터해저드에 빠진 것. 이 홀에서 2타를 잃은 크래프트는 1오버파 143타(71-72)를 기록, 이븐파로 결정된 컷 기준에 1타가 모자라 짐을 싸고 말았다.
크래프트는 “볼이 전선에 맞으면 벌타 없이 다시 칠 수 있고 정지된 볼을 새가 물어서 옮기는 경우에도 원래 자리에서 칠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전선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새는 신이 만든 것의 차이”라며 구제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볼에 맞은 새는 그대로 날아갔다.
15일 계속된 대회 3라운드에서는 한국 남자골프 ‘영건’ 김시우(23·CJ대한통운)가 시즌 첫 우승을 향해 순항을 이어갔다.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인 김시우는 이틀째 공동 2위(12언더파 201타)를 유지했다. 이날 4타를 줄인 선두 이언 폴터(잉글랜드·13언더파)와는 단 1타 차이다.
김시우는 2016년 윈덤 챔피언십, 지난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통산 2승을 기록 중이다.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김시우가 최종일 역전에 성공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비(非) 미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만 23세 이전 PGA 투어 3승 기록자’가 된다. 전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이를 이뤘다. 김시우는 1995년 6월생이다. 이날 2번홀과 4번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맞바꾼 김시우는 5번홀(파5) 버디에 이어 8번, 9번홀 연속 버디로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12번홀(파4)에서 나온 두 번째 보기를 15번홀(파5)의 ‘이글성 버디’로 만회한 그는 남은 홀에서 잇달아 만든 기회를 버디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선두 폴터는 이달 초 휴스턴 오픈에서 5년여 만에 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막차로 마스터스에 출전한 선수다. RBC 헤리티지에서는 최근 5년 동안 4차례 최종일 역전 우승이 연출됐다. 루크 리스트(미국)가 김시우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고 빌리 호셸(미국)과 판천충(대만)이 1타 차 공동 4위(12언더파)에 자리했다. 안병훈(27)은 5타를 줄여 공동 12위(7언더파)로 올라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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