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메달을 제조했는데 이례적으로 동점자가 많아 급하게 만드느라 혼을 뺐죠.”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15일 인터뷰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메달을 급히 추가 제작했던 순간의 아찔했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조 사장은 “일반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동점자가 1~2회만 나와도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패럴림픽을 포함해 총 5회나 동점자가 나왔다”며 “동점자용 메달을 시상식에 맞출 수 있게 급하게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올림픽 폐막식날인 지난 2월25일에도 봅슬레이 부문에서 은메달 동점자가 나와 비상이 걸렸지만 한국 선수들이 은메달을 공동 수상하게 돼 기쁜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일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기간이 아니더라도 조폐공사는 다양한 소재로 기념메달을 제작한다. 고대신화를 스토리로 한 ‘치우천왕 메달’, 해외에 유실된 어보를 되찾는 데 일조하기 위해 제작한 ‘조선의 어보’ 기념메달 등이 대표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호랑이를 소재로 만든 ‘호랑이 불리온 메달’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불리온은 지금(地金)·지은(地銀)처럼 금속 덩어리를 의미하는 데 불리온 메달은 판매가격이 고정되지 않고 국제 금이나 은 시세에 따라 변화해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지난해 출시된 천연기념물 시리즈와 세계명화 시리즈 메달은 출시 1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최근에는 아이돌그룹 엑소를 주제로 한 메달을 선보이는 등 한류 열풍을 활용한 메달도 만들어냈다.
조폐공사의 메달 사업은 지난해 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동전을 찍어내는 기술과 메달을 만드는 기술이 유사하기 때문에 해외 조폐기관들도 메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이다.
조 사장은 “메달 사업은 어떤 스토리를 입히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상업적인 메달에 주력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문화와 문화유산을 알리고 한국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제품 제작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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