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미국의 압박이 예사롭지 않아 정부 입장에서는 마냥 공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정부가 공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공개에 따른 실익도 분명히 있다.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뿐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외환시장 개입을 두고 괜한 의심을 사는 상태를 끝낼 수 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움직임 등 국제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공개방식이다.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투기세력에 빌미를 줄 수 있는 방식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매수·매도 총액이 아닌 순매수액을 6개월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1개월 단위, 매수·매도 총액 공개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 당장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IMF·WB 춘계회의가 중대 고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과 만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대해 협의한다니 우리 입장을 관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떤 식이든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외환정책에 커다란 변화이기 때문에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에 대비해 현재 스위스·캐나다 등 2개국에 불과한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 외환 방파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논의 자체가 없는 유럽·미국은 힘들더라도 지난해 1월 이후 정치적 이유로 중단된 일본과는 북핵 대화국면을 활용해 계약 연장을 타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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