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란물 포털사이트의 시초라 불리는 ‘소라넷’ 운영자가 해외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여권 발급이 제한당하자 여권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소라넷 운영자 송모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발급제한처분 및 반납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여권법에서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사람에 대해 여권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하고 반납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씨는 2003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남편을 비롯한 일당 2명과 함께 소라넷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도록 방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5년 말 수사 선상에 올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운영자들의 거취 파악에 나섰지만 이들이 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송씨 등은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검찰은 일단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는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고, 외교부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여권발급 제한과 여권 반납을 명령했다.
송씨는 “난 소라넷을 운영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라넷은) 불법게시물 필터링 조치 등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 체포영장에 적시된 청소년성보호법 방조죄 등의 죄를 짓지 않았다”면서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 아들이 모두 호주에서 각종 진료를 받고 있어 귀국할 경우 가정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송씨의 피의사실은 무려 12년 동안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을 전시하도록 방조한 것으로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여권발급 제한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사와 재판 등이 지연돼 국가형벌권 행사에 큰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은 불면증 등의 건강문제와 아들의 해외 중·고등학교 입학 준비 이유로 귀국이 힘들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송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귀국할 경우 가정생활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런 불이익이 국가의 형사사법권 확보라는 공익보다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외교부가 송씨에 대한 여권 발급 제한 등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홈페이지에 공시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권법 시행령은 외교부가 여권 반납 결정할 경우 결정서를 명의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주소, 거소에 등기우편으로 송달하도록 한다”며 “그러나 2회 반송되거나 주소불명 등의 사유로 송달할 수 없는 경우 공시송달을 하도록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3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소라넷을 운영한 송 씨는 사이트에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올라와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청소년보호법 방조죄 혐의로 지난해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해외로 도주한 송 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자 검찰은 같은 해 6월 2일 기소 중지를 결정했다.
이후 외교부는 경찰 측 요청에 따라 6월 5일 송 씨에게 여권 발급 제한 및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고 송 씨의 주민등록말소 전 마지막 주소지로 처분 결정서를 발송했다. 결정서를 대리 수령한 송 씨의 아버지는 송 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반송했다. 이에 외교부는 6월 16일 처분 통지서를 외교부 여권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시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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