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길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종종걸음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도대체 어떤 직업에 종사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직업사전’을 보면 우리나라의 직업의 종류는 지난해 말 현재 1만1,993개로 집계돼 있다. 막연히 다양한 종류의 직업이 존재한다고 짐작만 했지 1만2,000여개에 이른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많은 직업 중 일반인이 잘 알아주지도 않고 사회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는 것도 있다. 바로 부실채권을 회수하고 더 나아가 채무자의 신용 회복까지 컨설팅해주는 신용관리사, 즉 ‘채권추심인’이다.
원래 부실채권 추심업무는 IMF 금융위기 전에는 각 금융기관에서 직접 담당했다. 그러다 IMF 이후 금융기관은 비용을 절감하고자 지점을 통폐합하고 직원들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 추심업무 인력을 채권추심 전문회사에 아웃소싱했다.
채권추심인은 불리는 명칭이야 다양하지만 대체로 채무자에게 채무변제를 하라고 독촉하는 사람으로 ‘나쁘게’ 인식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채권추심업은 단순히 채무자에 대한 독촉을 넘어 채무자가 처한 상황 및 채무자의 경제적 능력, 자산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상환 조건과 계획을 제시해 궁극에는 채무자의 신용 회복 방안 마련까지 도와주는 ‘금융 카운슬러(상담사)’ 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추심업무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신용거래가 보편화한 시장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만약 채권추심인의 이 같은 노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채권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게 돼 금융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지고 신용사회는 흔들릴 수 있다.
채권추심인은 건전한 금융사회 유지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명감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하고 있다. 시중의 불법 추심, 일부 무허가 대부업자나 불법 사채업자들의 잘못된 행위와는 궤가 다르다. 빚 독촉을 한다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지만 채권추심인은 나름 금융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자부하고 있다.
현재 채권추심인의 연령 분포를 보면 40~50대가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채권추심 종사자들은 금융·보험·법조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우가 많다. 채권 추심업무의 특성상 본인이 노력한 만큼 소득이 보장되고 출퇴근 등이 자유로운 업무 환경에 정년이 없기 때문에 채권추심업을 제2의 업으로 선택한 이들이 많다. 대부분의 추심회사는 1만7,000여명의 추심인 중 절반이 조금 넘는 8,700여명을 위임직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직장에서 퇴직 후 제2의 삶을 위한 수단으로도 훌륭하며 신용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귀한 직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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