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위반’ 판정을 받고 끝내 사퇴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로남불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미투’ 파문과 권리당원 댓글 조작 사건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적폐청산’ 작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며 도덕성 우월성을 강조해왔던 여당이 되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을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댓글 공작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하기는 힘들지만 진보 진영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에게 제기됐던 외유성 출장 논란은 김 원장이 김영란법 제정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이중성이 부각됐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에서 피감기관에 로비성 출장, 해외연수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일례로 그는 지난 2014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피감기관장에게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이를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서 밥을 먹고 체재비를 지원받는 게 정당하냐”고 질의한 바 있다.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세 차례나 출장을 다녀온 행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원 댓글 조작 사건도 민주당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그간 당내에 적폐청산위원회까지 설치하며 이전 정부의 여론조작 댓글 작업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왔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개인 일탈’로 선을 긋고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필명 드루킹)씨 등 2명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최고위층 연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전면적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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