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이 전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이 개입한데다 과거 정권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댓글 조작에 예민한 여론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사안이라 사건 향방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야당은 “검찰과 경찰을 못 믿겠다”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관련 기사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댓글을 조작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와 일부 세력이 댓글 조작을 대가로 거래를 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여론전도 개입했나=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드루킹’ 김모(48)씨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교류했다. 김씨는 이 기간 주요 기사들의 제목, 온라인주소(URL), 국내외 정세 관련 파일 등을 비롯해 자신들의 활동내용을 김 의원에게 알렸다. 특히 김씨는 올 3월3~22일 17일 동안 비밀대화방을 통해 URL 3,190개가 포함된 메시지 115개를 보냈다. 다만 김 의원은 메시지 내용을 읽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문제는 김씨가 김 의원과 접촉한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한창일 때부터 대통령선거 기간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탄핵 국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댓글 활동을 했거나 대선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 활동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같은 공무원이 아닌 개인이 댓글 활동을 펼친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댓글 조작처럼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대가는 인사청탁뿐인가=김씨는 일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참여한 대화방에서 “회원들을 오사카 총영사,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인사청탁을 거절당한 김씨는 최근 김 의원과 보좌관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수사당국은 김씨 주장이 일방적인 요구였는지, 대가를 미리 약속받았는지를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화방 및 메신저에 대한 조사를 극히 일부만 진행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추가 요구사항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증거가 남는 메신저 대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거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댓글 조작 조직은=경찰은 이미 구속된 3명 외에 공범 피의자 2명을 추가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추가 수사 중인 2명이 민주당원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댓글 추천 수 조작을 담당한 팀이 5~6개 더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공모 회원이 2,500명에 이르는 터라 공범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추가로 새로운 조직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은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추가 공범이 확인된다면 수사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사 확대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을 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사건을 추가로 송치해오면 수사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따로 고발이 들어올 경우에는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로 배당되거나 다른 수사부서에 맡긴 뒤 이른바 ‘특별수사팀’ 체제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민형·안현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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