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7일 미국 GM이 일방적으로 한국GM의 청산을 전제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GM 본사가 한국GM 노조를 상대로 오는 20일까지 비용 절감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GM이 산은과 협의 없이 한국GM의 청산(liquidate)을 선택할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오는 20일께 나올 한국GM의 중간 실사보고서가 만족스러울 경우, 이달 27일까지 금융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MOU)에 사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회장이 “27일까지 구두로 된 약속이 됐든 조건부 MOU가 됐든 매우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산은이 시기를 못 박아 한국GM에 대한 금융 지원 가능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3일 배리 엥글 GM 본사 사장이 산은에 27일까지 한국GM에 대한 투자확약서(LOC·Letter of Commitment)를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중간 실사보고서가 충실하게 나오도록 협조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산은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LOC를 주기 위해서는 GM측이 현재 진행중인 한국GM에 대한 실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하며, 산은은 중간 보고서가 아닌 최종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검토한 이후에나 LOC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이 회장은 GM이 한국GM에 대해 28억달러의 신규 투자(뉴머니)를 진행할 경우, GM과 동일한 방식 및 조건으로 산은도 지분율(17.02%) 만큼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GM이 한국GM에 대한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한 후 차등감자를 할 것을 신규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한편 한국GM 노사는 18일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GM 노사 임단협에 대한 쟁의조정 결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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