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갑질 논란에 휩싸인 대한항공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객실 승무원을 규정 인원보다 1명씩 줄여서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무원 수가 줄면 승객 안전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지만 대한항공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6개월간 일부 국제선 구간에서 객실 승무원 수를 규정보다 1~2명씩 줄여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 익명게시판과 ‘대한항공 갑질 제보방’에도 승무원들의 이 같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22일 50개 항공편에서 승무원을 1명씩 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상당수 항공편이 승무원 1명씩 빠진 채 운영됐다”는 글을 올렸다. 본지가 대한항공 내부 전산망에 등록된 스케쥴표를 확인해본 결과 22일 인천~블라디보스토크와 인천~나고야 노선 등 객실 승무원 인원이 자체 규정보다 1명 적게 배치된 노선이 다수 발견됐다.
승무원들은 이 같은 행태가 객실 승객에 대한 안전 관리와 편의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승무원 1명당 담당해야 할 손님이 늘면 체력적으로 버거운 것은 물론 승객들의 건강 이상이나 돌출 행동에도 신속 대응하기 어렵다”며 “특히 비행기당 4~8개씩 있는 비상구를 승무원들이 하나씩 담당하는데 인원이 줄면 그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베트남에서는 한 승객이 갑자기 비상구를 열어 대피용 슬라이드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올해 초 “승무원 휴식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한항공에 개선방안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은 대한항공 특별점검에서 승무원 1인당 50일 이상 휴가가 밀려 있고 피로도가 높아 승객 안전과 서비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부 지적과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객실 인원 쥐어짜기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이달 초에는 2시간 이상 비행하는 모든 노선에서 탑승 승무원 수를 줄이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무원 수가 줄어든 노선은 2시간 이하 단거리에 한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다른 노선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진용·신다은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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