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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판문점선언] 새터민들 "고향 갈수 있겠죠?" vs "섣부른 기대 안돼"

"벌써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듯

남북교류 기여하고파" 기대감

"형식보단 실질적 이행이 중요

압박·당근 병행해야" 신중론도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고향에 가볼 수 있겠지요?”(A 새터민)

“양국 관계가 많이 발전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됩니다.”(B 새터민)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열고 ‘판문점 선언’을 내놓는 모습을 바라본 탈북 새터민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만나본 새터민들은 대부분 남북관계에 불어온 훈풍에 그 어느 때 보다 큰 희망을 품고 있었다.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에서부터 “벌써 통일이 눈 앞에 온 것 같다”는 다소 섣부른 감회까지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에 다소 들떠 있었다. 반면 북한 체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겉으로 보여 지는 것 보다 실질적인 이행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동안 행태를 볼 때 언제라도 합의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터민 박민정(가명)씨는 “남북 문제가 평화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며 “하루 빨리 북쪽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씨는 지난 2011년 일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왔지만, 아직 일가 친척들은 고향인 함경북도에 남아있다. 취업 준비중인 새터민 김영진(가명)씨는 “말 그대로 봄이 온다는 느낌을 받아 소름이 돋았다”며 “남북 간 인터넷 연결까지는 어렵겠지만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빨리 진행되면 좋겠다. 꿈에도 나오는 내 고향 청진에 꼭 가고싶다”고 말했다. 학생 창업가로 활약하고 있는 새터민 김여명(24)씨는 “남과 북을 모두 잘 아는 만큼 남북교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양 남서쪽 남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초등학교 때 탈북했다. 현재는 대학생이지만 중국에 교육용 3D프린터를 수출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놀거리가 없어서 두꺼운 소나무 껍질을 벗겨 배를 만들기도 하고, 찰흙을 뭉쳐서 망원경을 만들었다”며 “열악한 여건 탓에 제대로 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북한 아이들에게 직접 개발한 3D 프린터 키트를 보급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희망과 기대를 품되 침착하고 신중하게 남북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새터민들도 있었다. 북측이 과거처럼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새터민 정희수(가명)씨는 “회담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이미지 제고를 위해 연출된 측면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 압박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터민 지원단체를 운영하고 박철수(가명)씨 역시 “핵 실험장 폐기가 아닌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 동안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얻을 것만 얻고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진용·오지현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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