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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3D영상으로 폐암 조기에 잡아내죠"

최정필 코어라인소프트 공동대표

2001년 KAIST 랩벤처서 시작

3D 의료영상 노하우 20년 축적

국립암센터 시범사업에도 참여

AI접목 더 정교한 기술 개발할것





“암 검진에선 의사마다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혹은 같은 의사라고 해도 아침엔 눈이 맑아 잘 검진하다가 저녁엔 시야가 침침해져 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저희 소프트웨어는 이런 의사 개개인의 편차를 ‘표준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정필(50·사진) 코어라인소프트 공동대표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저희는 폐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업체”라며 “정밀한 영상 시각화로 폐암을 조기에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의사가 육안으로 모든 암을 진단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병원에선 장기를 3D 영상으로 촬영해 암세포가 있는지 살펴본다. 이때 인체기관을 최대한 정확하게 3D 영상으로 구현하는 걸 ‘시각화’라고 한다. 시각화 기술이 뛰어날수록 영상을 본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각화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업체는 ‘분석(analyzation)’에 집중하거나 ‘모델링(modeling)’을 연구·개발하게 된다. 여기서 ‘분석’은 3D 영상을 토대로 병을 진단하는 것을, ‘모델링’은 3D프린터 등으로 촬영한 장기를 실물로 구현하는 걸 뜻한다.

이 중 코어라인소프트는 영상 ‘분석’에 특화된 업체다. 최 공동대표를 비롯한 창립 멤버 모두 20년 가까이 3D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을 담은 베테랑이다.

시작은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 대학원에서 최 대표와 과 동료 두 명이 설립한 실험실 벤처였다. 2008년엔 이들의 3D 시각화 기술을 눈여겨본 IT헬스케어 업체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실험실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2012년 벤처 창립 동료들이 따로 코어라인소프트를 차리자 최 대표는 2015년 합류했다. 최 대표는 “대학원 시절 유독 의료영상 시각화에 관심이 쏠렸다”며 “2000년대 초반엔 시각화에 집중했고, 지금은 영상분석기술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소프트웨어에 AI(인공지능) 딥러닝까지 접목해 더 정밀하게 결절의 크기를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산병원과 AI 업체인 뷰노코리아와도 협업 중이다. 의료영상 시각화 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인 3D 모델링 개발에도 뛰어들고 있다. 최 대표는 “3D 프린팅이 전망은 좋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건 사실”이라면서도 “3D 모델링과 영상 분석 기술을 계속 개발해 의료 차원에서 CSV(기업의 이윤추구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를 구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코어라인소프트가 자신감을 보이는 분야는 폐암 조기검진이다. 폐암을 진단하려면 폐에 조그맣게 나 있는 돌기의 크기를 잘 분석해야 한다. 이 돌기를 결절(노즐)이라고 한다. 결절은 크기에 따라 카테고리 1·2·3·4로 나뉜다. 이 중 카테고리 3~4에 해당하면 폐암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결절의 크기를 재는 데 의사별로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결절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차가 작은 폐암검진을 가능케 했다. 원래는 의사가 직접 결절의 길이를 재야 하지만, 코어라인소프트의 소프트웨어는 표준화된 알고리즘을 토대로 자동으로 결절의 크기를 계산해준다. 정확한 측량이 가능하니 1~2기 폐암을 잡아내는 확률도 높아졌다. 최 공동대표는 “폐암뿐 아니라 최근 미세먼지로 이슈가 되고 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진단하는 데에도 우리 기술이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기반으로 코어라인소프트는 ‘1·2차 폐암검진 시범사업’에 참여해 영상판독정보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폐암을 국가암검진 대상에 포함하기에 앞서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국립암센터가 주관하고 있다.

사업 낙찰이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려고 클라우드를 썼던 게 발목을 잡았다. 최 공동대표는 “국가사업에 클라우드를 쓰는 건 저희가 처음이었다”며 “비록 2016년 정부에서 의료 정보를 저장할 목적으로 공공클라우드를 쓸 수 있게 한 정책이 나왔지만, 선례가 없다 보니 국가정보원·정보화진흥원·보건복지부 등에 발품을 팔며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기존보다 2.6배 높은 56%의 폐암 조기진단율을 보이며 성공을 거두자 코어라인소프트의 기술력도 주목받게 됐다. 본사업인 국가암검진 입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최 공동대표는 “본사업은 공식 대상자가 150만명에 육박해 새로 입찰에 임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저희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에 본사업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어라인소프트는 신촌세브란스병원, 고대안산병원 등 각종 대형병원에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창업 초기인 2013~2015년엔 7~9억원대에 머물러있던 매출도 2016년엔 2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5년에 1,302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2016년엔 4억2,320만원을 찍으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본격적으로 연구과제나 국책과제를 수주하기 시작하면서 고정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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