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중요한 것이 우리 정부의 스탠스다.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잘 살려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면 주변국들이 한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노력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 입장에 가까운 중국 쪽을 편드는 모양새다. 이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판문점 선언’에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줄곧 강조해온 CVID를 뜻한다. 그렇다면 이 개념을 공동성명에 못 넣을 이유가 없다. 이런 어정쩡한 태도를 가지고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중재하겠다는 것인가.
판문점 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원칙만 밝힌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 로드맵은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어쩌면 이 길은 아주 멀고도 험할지 모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변국들과의 공조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최근 CVID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는 수십년 동안 끌어온 북한 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러한 때 우리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 주변국 이견 조율은 고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만 할 뿐이다.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한층 강화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북핵 문제 해결은 영원히 어려워진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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