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획대로 된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이번 대책을 뜯어보면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법은 알 길이 없다. 목표연도별 숫자만 나열해놓았을 뿐 구체성과 실효성은 떨어진다. 국민총생산의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투자금액이 놀랍지만 과거 경험을 본다면 예정대로 이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산업부가 연간 단위로 대기업 투자계획을 받았지만 그대로 실행된 적이 있었던가. 일자리 창출 역시 마찬가지다. 반년 전 계획에는 30만개였지만 이번 로드맵에서는 20만개로 줄었다. 현실을 반영해 그렇다지만 이런 식의 고무줄이라면 앞으로 1~2년 뒤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사실 기업 투자는 예측불허다. 투자하고 싶어도 여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돌발변수를 제외하고 그나마 현실성을 담보하는 데 필수적인 규제 혁파는 부지하세월이다. 아직도 포괄적 규제배제 장치인 ‘규제 샌드박스’조차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다. 드론과 카풀앱만 하더라도 갖가지 규제 법령에 발목이 잡혀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불리는 빅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활용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러고서 신산업 육성을 아무리 외쳐본들 장밋빛 청사진밖에 더 되겠나.
이제 국민들은 몇년간 얼마를 투자하고 일자리가 몇 개 생긴다는 식의 숫자놀음을 신뢰하지 않는다. 각 협회로부터 회원사 투자계획을 받아 고용유발 산식을 대입해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구태의연한 정책접근 방식부터 혁파 대상이다. 굳이 출범식을 하느라 헛심을 쏟을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산업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규제 혁파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관철할지 고민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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