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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井(우물)안 상권도 #(해시태그) 달면 매출 쑥

외진 골목·산꼭대기 가게도 SNS서 입소문

송리단길·망리단길·목리단길 핫플레이스로

권리금 2년새 3,000만원 올라도 매물 없어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카페를 찾은 관광객이 인테리어 소품을 촬영하고 있다. /권욱기자




#지난 2016년 봄, 주말에는 인적이 드물던 송파동 거리에 20대 커플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8평 남짓한 카페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이 동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긴 줄 끝에서는 모두 핑크색 벽 앞에서 콸콸 컵을 넘쳐 흐르는 커피와 사진을 찍고 있다. ‘#송리단길’ ‘#겟썸커피’ 사진은 바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된다. 예쁜 카페 사진에 ‘좋아요’와 ‘인친(인스타 친구) 신청’이 급증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만든 ‘송리단길’ 탄생의 풍경이다. 2016년 ‘겟썸커피’가 송파동에 자리 잡은 후 석촌호수 동호 남쪽 백제고분로45길은 송파구에 경리단길이 합쳐진 송리단길로 불리기 시작했다. SNS를 보고 사람이 몰려들고 거리의 이름이 묶여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졌다. ‘도대체 어떻게들 이렇게 찾아오나’라는 의문은 해시태그로 풀린다. 이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보니 후미진 골목, 산꼭대기라도 사람들이 찾아오게 됐다. 입지와 유동인구로 결정되는 기존 상권과 달리 새로운 상권 지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빅데이터와 실제 상권 임대료를 비교하면 새로운 상권의 등장과 흥망성쇠를 확인할 수 있다. 스타트업 ‘주식회사 컴앤드키’가 개발한 ‘#스타태그(startag)’는 키워드별로 해시태그를 분석한다. 약 15만개의 해시태그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게시물의 좋아요, 댓글, 영상 시청자 수 등 2차 바이럴을 나타내는 ‘반응도’와 해시태그 생산 및 반응의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는 ‘트렌드 지수’를 제공한다.

◇빅데이터로 본 ‘뜨는 동네’ ‘지는 상권’=송리단길의 ‘사케쇼프’는 2017년 말 겟썸커피가 롯데타워로 떠난 후 그 자리에 들어왔다. 사케쇼프 대표는 “메뉴도 유행을 탄다”면서 “인스타그램을 모니터링해보니 당시 이쁘게 찍힌 게시물을 따라 특정 시기에 그 메뉴만을 많이 시키더라”고 설명했다. 메뉴뿐만 아니라 잘 나온 게시물 이후 주말 손님 수도 들쭉날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타태그 트렌드 지수를 보면 송리단길은 4월 기준으로 평균값인 1을 크게 웃도는 7.05를 기록했다. 관련 게시글의 성장세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3년 전인 2015년 1·4분기 송파구 ㎡당 임대료는 2만6,000원에서 2018년 1·4분기는 ㎡당 3만1,200원으로 증가했다. 인근 S중개소 대표는 “1층 24㎡짜리 상점의 경우 2년 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하던 게 150만원대로 올랐다”며 “권리금은 조금 더 올라 2년 전 2,000만원에서 현재 5,000만원까지 불러도 나오는 가게가 없다”고 전했다.

2015년께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 ‘익선다다’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익선동과 ‘망리단길’로 불린 망원동 역시 그해 1·4분기 ㎡당 각각 2만5,000원과 2만1,200원이었던 임대료가 2018년 1·4분기는 ㎡당 3만8,400원과 2만6,100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주요 상권이 한옥과 단독주택으로만 이뤄진 익선동의 경우 단독주택 매매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5년 3.3㎡당 3,510만원이었던 매매가가 2018년 3월 3.3㎡당 5,450만원까지 올랐다. 임대료도 현재 3.3㎡당 20만원대로 3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익선동 상권 구역도 확장 중이다. 본래 돈화문로11길 한 골목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수표로28길까지 사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낙원동 일부까지 익선동 상권의 영향으로 리모델링하는 상가가 늘어났다.

목동역 근처 신정4동 상인들이 직접 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시태그로 쉽게 알릴 수 있는 ‘목리단길’로 이름을 붙이고 상권 지도를 제작해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자료제공=목리단길


◇우리 동네 상권 이름은 ‘○리단길’=해시태그가 상권을 만들고 발전시키다 보니 상권을 해시태그할 수 있도록 브랜딩을 하기도 한다. 경리단길을 따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리단길’이 대표적이다. 인천 부평시장에 있는 ‘#평리단길’은 해시태그가 1만5,000여개, 경주시 황남동에 있는 ‘#황리단길’은 13만5,000여개, 전주 한옥마을 근처 ‘#객리단길’은 14만7,000여개에 이른다.

목동의 ‘목리단길’은 지역 상인이 직접 만든 브랜드다. 양천구 신정4동 일대에 있으며 본래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이라 ‘법무사 골목’으로 불렸다. 그러다 2017년 5월께 같은 시기 문을 연 5개의 1인 가게가 모인 것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목리단길’을 개설하고 일대 몇몇 상점을 소개하는 지도까지 제작했다. 목리단길 디저트 카페인 달달애의 진희정 사장은 “SNS에 올라온 지도를 보고 ‘빵 투어’를 오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인근 H중개사 대표는 “목리단길이라고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월세가 33㎡에 50만원하던 게 70만원으로, 자리 좋은 곳은 100만원까지 오르고 최근에는 없던 권리금도 생겼다”고 전했다. 목리단길 지도를 제작한 에페커피 최성열 대표는 “처음엔 죽은 골목 상권 살리기라기보다는 이웃 동료끼리 의지하기 위해 시작했다”며 “SNS로 새로 지도를 홍보하고 목리단길 가게끼리 공유하는 쿠폰북을 만들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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