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룰 현대모비스(012330)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대결 양상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우군 확보에 나선 현대차그룹은 14일부터 시작될 합병반대 의사 통지 기간 중에도 적극적으로 주주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 다른 주주들에게까지 반대표 행사를 권유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의견이 다른 주주들에게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등의 찬반 의견 설정에 나침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도 이번주 제시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집중적으로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펼치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을 설득해 상당수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개인 지분(6.96%)을 포함해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86280)(0.67%) 등 총 30.17%를 우호지분으로 보고 있다. 당초 제시된 분할·합병안이 통과 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엘리엇을 포함해 외국인 주주 비중이 47.77%인 만큼 이들 상당수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한 것.
이와 관련 외국인 지분과 소수 지분을 고려하면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홍역을 치른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결정하려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외 대표적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중요한 지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찬반 의견에 방향타 역할을 제시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관련 입장을 조만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이미 “합병비율과 목적이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며 반대 의결권을 권고했다.
엘리엇의 주장은 합병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이 안건에 반대하거나 유보 입장을 밝히면 엘리엇 주장에 힘이 실리고, 큰 손 투자자들이 이에 동조할 수도 있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엘리엇은 여러 주주 중 하나일 뿐이며 엘리엇의 권고에 다른 투자자들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주들을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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