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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우리는 국가채무위기로부터 자유로운가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터키·브라질·러시아 등 신흥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외환위기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외환보유액이 3,900억달러에 육박해 있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외환위기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그럼에도 중남미 경제위기가 우리나라로 전파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국가 부도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취약성이 우리 경제에서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 부도위기에 직면했던 국가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취약한 경제구조로 세입기반은 약하고 재정은 방만하게 운영됐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가계부채 규모는 크고 저축률은 낮았다. 세입기반이 약한 가운데 인기영합적인 복지지출이 늘어나면서 이들 국가에서 재정적자는 일상화된 일이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만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와 기업은 이를 사줄 여유가 없다. 자연히 외채에 의존한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외채비중이 높아지면 작은 충격에도 자금이 회수되는 일이 잦아지고 결국에는 아무리 이자율을 높여도 위험성 높은 국채를 사주는 곳은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재원조달이 불가능해지면 화폐 발행밖에 기댈 곳이 없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는 화폐발행은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환율급등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현상이 현재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어떤가. 과거에는 재정적자와 흑자가 반복되면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연속해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재정적자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증세를 통해 세금을 더 걷을 수는 있겠지만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이 둔화되면 증세가 재정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현재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둔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기대와 달리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오히려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순식간에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구성이 부실해질 수 있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국가채무관리는 성장 동력 확충, 수출 경쟁력 강화 등 경제의 펀더멘털을 견실하게 유지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효과가 불확실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너무 많은 재정을 쏟아붓지 말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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