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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식 해법 등장… 한미회담 더 중요해졌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미국이 달래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식 모델’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에 보란 듯이 그동안 강성 발언을 쏟아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옆에 두고서였다. 북한의 체제안정 보장에 대해서도 놀라운 성장을 거듭한 ‘한국 모델’을 언급하며 “만약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 백악관이 밝혔던 ‘트럼프식’ 비핵화 해법의 공식적인 등장이다.

리비아 모델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을 골자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핵에 대한 유일한 해법처럼 제시돼온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모델 대신 자신만의 비핵화 방식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립서비스에 나선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카드에 뭔가 변화가 생겼을지 모른다. 트럼프식 해법이 리비아식도 북한식도 아닌 제3의 방식이 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트럼프가 내세운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핵 폐기와 보상의 선후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과거 대북협상 전략과는 어떻게 다른지 하나도 알려진 게 없다. 심지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할지, 압박의 강도를 더 높일지조차 불확실하다. 아는 것이라곤 리비아식 모델을 배제했다는 것, 체제안정을 보장한다는 것 정도밖에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미국 비핵화 해법의 모호성은 한미공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북핵 협상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북한의 쌍방거래로 끝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르는 새 주한미군 철수 같은 민감한 안보 이슈가 결정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트럼프 비핵화 해법의 실체를 파악하고 우리의 대응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사흘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비핵화 해법 공조의 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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