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닫기에 급급했던 지난 정부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제대로 구상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개성공단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달 27일, 그 누구보다 마음을 졸이며 중계를 지켜보던 신한용(사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두 정상이 악수를 하는 순간 힘껏 박수를 쳤다. 지난 2016년 2월 이후로 기약 없이 닫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박수였다.
신 회장은 “비록 지난 회담에서 개성공단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는 것 등이 이미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경협,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거론됐던 남북경협은 남쪽은 자본과 기술을, 북쪽은 인력과 자원, 토지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은 북한도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북한도 자본을 투입할 경우 한쪽의 일방적인 폐쇄가 불가능하며 일각의 ‘퍼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과거에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이 수출도 할 수 없어 사실상 내수시장용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제는 북한의 내수시장까지 노리겠다는 것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이라며 “남북의 인구를 합하면 약 8,000만명인데 이는 결코 작지 않은 숫자여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회장은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재개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경협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곳이 개성공단인 만큼 개성공단 재개 없이 경협에 진전을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가동이 중단돼 나날이 악화되고 기계나 건물 등의 상태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도 문제다.
그는 “개성공단 중단과 만만치 않은 국내의 경영환경 때문에 동남아시아 등으로 간 기업들이 많은데 이들도 동남아 시장이 포화상태라 자리 잡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며 “마지못해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 역시 인력이 노후화돼 생산성이 높지 않아 개성공단 정상화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 해외나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의 수가 50곳에 달하는데 이들의 경우 사실상 이중투자를 하고 있어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상화 후에도 숙제는 남아있다. 먼저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 임금은 한 달에 약 80달러 수준이었지만 북측의 근로자가 생필품과 초코파이 등을 함께 줄 것을 요구하면서 실질적으로 한 명의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임금은 월 200달러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공단이 재개된 후에는 임금 외에는 지급되는 부수적인 물품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임금 수준은 동남아 지역 근로자들보다는 높지 않은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가동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신 회장은 “혹시라도 개성공단의 가동을 다시 중단해야 할 때 과거 박근혜 정부처럼 대통령의 구두 지시에 따라 닫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북측의 최고인민회의 비준을 같이 받게끔 해야 할 것”이라며 “중단을 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보상 등을 어떻게 할 지 국회에서 먼저 논의를 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성공단은 두 차례 가동이 중단됐는데 한 번은 북한 측의 일방적인 지시로, 두 번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로 이뤄졌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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