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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부품사 한계 직면…GM 철수보다 큰 일자리 쇼크 온다

현대차 인건비 비중 도요타의 2배…재료비 보다 높아

경직된 노사관계 탓에 자율적 재고 조절 능력도 상실

비용 갈수록 늘어 생산지 매력 감소…"공장 이미 탈출 중"

“납품물량은 15% 줄었는데 인건비는 뛰고 납품단가는 그대로입니다. 살아남을 방법이 있나요.”

경남 창원에서 국내 한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A사 대표는 역정부터 냈다. 그는 “여기 문 닫는 업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며 “인건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뛰는데 근로시간을 줄여 사람을 더 뽑으라고 하니 현장을 알기나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건비 상승에 맞춰 납품단가는 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납품업체가 자체 생산 효율성을 높여 해결하라는 게 발주사의 입장”이라며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납품물량도 함께 감소해 규모의 경제도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A사 대표의 토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최근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락같이 오르는 인건비에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까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완성차·납품업체 할 것 없이 한계상황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 움직임과 달리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자동차 업황도 한몫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차 판매 대수 증가율은 1%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 예상될 정도다.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수요는 줄고 정책 리스크로 인건비 등은 급등하면서 자동차 제조공장으로서 한국의 매력이 갈수록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66만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생산 대수는 지난해 411만대까지 떨어졌다. 2014년 300만대를 넘던 자동차 수출도 3년 만인 2017년 25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다 보니 한국 자동차 업체의 수익률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현대차(005380)의 영업이익률은 4.7%(지난해 기준), 기아차(000270)는 1.2%에 불과하다. 1,000만원을 팔면 현대차는 47만원, 기아차는 12만원이 남는 구조다. 2011년만 해도 현대차는 10%, 기아차는 8%를 넘었다. 이제는 경쟁사인 GM(7.5%)과 도요타(6.6%), 폭스바겐(6.0%) 등에 모두 뒤진다. 기아차의 경우 더 심각해 비교 대상 12개사 가운데 최하위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가뜩이나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이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를 넘어 경쟁사인 도요타(7.8%)의 두 배 수준까지 올라왔다. 반면 생산성은 바닥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현대차 한국 공장의 경우 26시간 이상으로 미국 공장(14.7시간), 중국 공장(17.7시간)보다도 생산성이 낮다. 그러다 보니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현대·기아차가 해외 생산을 늘려야만 한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삼성증권이 49쪽에 달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연간 자동차 생산 대수가 2020년에 300만대가 붕괴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이다. 삼성증권은 “한국 시장의 원가경쟁력은 지속적인 임금 상승과 파업, 인구 노령화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2014년 360만대 수준이던 현대·기아차의 한국 생산 대수는 오는 2020년 300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45%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자국 생산 비중을 글로벌 경쟁업체 수준(31%)으로 맞추면 생산량은 240만대까지 증발할 것이라는 경고다. 2017년 말(317만대)과 비교하면 77만대의 생산이 사라지는 셈. 자동차 산업은 생산액 10억원당 8.6명의 직간접 고용(취업유발계수)이 생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간 약 50만대를 생산하던 한국GM이 철수했을 경우 생산액과 부가가치 감소액은 약 39조원, 취업자 감소분은 9만4,000여명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물량을 77만대가량 줄이면 한국GM 철수보다 큰 일자리 블랙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불은 정부가 댕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에 맞춰 완성차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주말특근을 50~100% 줄이면 연간 생산량은 5~11% 감소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현대차 한국 공장의 제조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은 33%나 된다. 이는 재료비(약 29%)보다 높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인건비를 재료비에 반영해주지 않으면 협력사들은 최저임금 상승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의 경직된 노사관계로 (시장 수요에 따른) 자율적인 재고조절 능력도 상실해 이미 생산지 이동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엑소더스가 시작됐다’는 분석에 현대·기아차는 “보고서일 뿐”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인력 구성도 이런 암울한 분석과 맥이 닿아 있다. 노조에 따르면 2026년까지 현대차의 정년퇴직자만 2만명에 달한다. 사람을 더 뽑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근로자 감소에 따라 생산이 조정될 수밖에 없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호봉제를 개편하지 않고 인건비를 올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는 정책은 이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된다”며 “완성차가 나가면 부품사는 망하거나 같이 나가는 것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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