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인연

이사라(1953~)作





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처음에는

없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졌다가

그래도 남아 있는 모래언덕처럼

우리는 조용한 모래 꿈꾸는 모래였지

고요한 곳에서 혼자 멈춰 있던 고운 입자

바람과 만나야 살아나서

둘이어야 춤추게 되어서

그러다가도

또 바람 때문에 모든 것이 부서져서

오랜 시간 속에서 곱게 다듬어져

안 보이는 손에 의해 의미를 가지다가

바람과 모래의 인연이 우리를 여기로 불렀지



이렇게 함께 겪는다는 것이

또 어렵사리 처음이 되는 것이지

저 수많은 모래알들이 낱낱이 이별로 이루어져 있군요. 한때는 견고한 무엇의 일부였으나 기어코 손을 놓쳐 버렸군요. 멀어질수록 부서지고 작아지면서 속울음 울던 것들이었군요. 슬픔도 슬픔끼리 모이니 비빌 언덕이 되는군요. 강의 하류엔 젖은 사연들이 떠올라 풀등이 되었는걸요. 슬픔도 가벼워지니 바람을 타기도 하고, 파도에 춤추는군요. 오래된 이별끼리 만나 다시 처음이 되는군요. 오월 바람에 날아오는 정향나무 꽃향기는 무엇과 이별하고 새로운 처음을 찾아오는 걸까요.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