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데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 내용이 ‘임계점(last straw)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최선희 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 부대통령(부통령) 펜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펜스 부통령의 최근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이 나온 뒤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 관계자들이 수 차례의 논의를 벌였으며, 그 결과 회담 취소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측의 핵 충돌 위협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취소한 주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를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는 사실상의 핵전쟁 위협으로 해석되는 발언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회담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만 북미 간 평화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과의 평화의 희망은 여전히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통과하고 싶어 한다면 여전히 뒷문은 열려 있다”면서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측 발언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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