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논쟁이 뜨겁다. 경기 논쟁은 흔히 있어왔다. 그런데 그동안 봐왔던 경기 논쟁과는 다르다. 특히 필자도 경험해보지 못한 논쟁이다. 통상 경기 논쟁이라 함은 민간과 정부 간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논쟁의 강도는 민간과 정부 간 경제상황 인식에 대한 의견의 차이 정도이지 ‘논쟁’이라는 용어를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논쟁은 정부 내에 국한된 것이다. 우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시각은 여전히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이 현 한국경제가 경기침체 초입 국면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경제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뷰 등을 통해 서로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언론사들의 경제부는 신이 났다. 요즘 정치외교 이슈에 밀려 경제 이슈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민간과 정부 구도가 아니라 정부 대 정부의 경기 논쟁은 ‘재미있는(?) 기삿거리’이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논쟁의 당사자들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모두 처음의 시작은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가벼운 의견을 개진한 것이었다. 그것이 발언의 순수한 의도는 사라진 채 말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왜곡되고 싸움을 붙이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섞이면서 논쟁의 단계를 넘어서 설전(舌戰)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건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된 데는 특성이 다른 경제 부처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우선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경우 헌법에 명시된 기관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자문기관의 성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확인해줄 수 없는 경기 방향성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비판하는 것은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기관의 존재감을 세우는 좋은 전략이다. 반면 기획재정부의 입장에서는 현 정부의 취임 직후 1년간 경제 성적이 세간에 나쁘게 평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같은 정부 내에서 기재부의 경제상황에 대해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경우 이미 정책금리가 미국에 역전돼 있는 상황인 데도 동결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금리를 인상할 경우 원화강세,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한 이유라면 6월에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동결이 필요한 상황인데 기재부의 입장처럼 경기가 기조적인 회복세라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경기는 불안하다고 해야 동결의 당위성이 서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상술한 기관의 입장은 미천한 경력을 가진 필자의 추측이다.
한발 멀리서 보면 경기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다 충분한 근거는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방향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부기관 간의 인식에 이러한 차이가 있다면 과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험으로 볼 때 경제지표는 갑자기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또한 같은 지표상의 숫자를 좋은 쪽으로 또는 나쁜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코드의 문제인지 모르나 현 정부 경제팀의 민간과의 소통이 이전 정부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게 사실이더라도 언제나 정부에 대해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민간의 이야기를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부 내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목소리가 틀리든 맞든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팀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이나 이번 불필요한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본다. 필자를 포함해 세간 사람들은 특정한 이슈에 대해서 금방 잊거나 싫증도 잘 내기 때문에 잊힐 때까지 당분간 아무 말도 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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