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흥왕 5년(544년) 연기 조사가 지리산 자락에 세운 화엄사는 호남 제일의 사찰이자 문화재의 보고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절 서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국보 제35호 사사자 삼층석탑은 2단짜리 기단과 3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다. 아래층 기단의 각 면에 3명씩 4면 총 12명의 천상의 사람이 악기와 꽃을 받치고 구름 위에서 춤추고 연주하는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그 위층 기단에는 탑의 특징인 사자 네 마리가 서 있다. 연꽃잎 모양의 좌대에 앉은 암수 네 마리의 사자는 각 모퉁이에서 기둥 대신 탑을 떠받들고 있다. 사자들은 모두 앞을 바라보며 용맹하게 입을 벌린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사자들에 에워싸여 중앙에 합장한 채 선 스님상이 있는데 절을 지은 연기 조사의 어머니로 출가한 비구니의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탑 맞은편에는 석등이 하나 있는데 탑을 향해 꿇어앉은 인물 등 위에 탑이 올려진 형태라 석등을 인 연기 조사가 사사자탑의 어머니를 향해 공양하는 모습이라는 얘기가 전한다. 보통 탑은 사찰의 주요 요소로 전체 건축구조의 일부를 이루지만 이 탑은 절의 외곽에 조성된 특이한 사례다. 조각 하나하나가 정교하고 뛰어나며 살짝 들린 지붕돌이 경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어 통일신라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이한 형태의 사사자탑은 국보 제20호인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함께 이형(異形)석탑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오래된 석탑 외벽과 장식 등이 일부 떨어져 나가고 안전성 문제도 제기돼 문화재청과 구례군은 보수공사를 진행하기로 최근 협약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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