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안에서 대북 초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는 고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CNN의 보도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북미회담 준비과정에서 역효과를 일으킬 목적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러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볼턴 보좌관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분노를 유발해 북미정상회담을 좌초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으로 대표되는 ‘리비아 모델’의 경우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CNN은 “볼턴 보좌관은 아마도 대화의 전 과정을 날려버리고자 했던 것”이라며 “왜냐하면 결국 (북미대화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CNN은 또 “(이런 시도는) 대통령뿐 아니라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분노하게 했다”며 “볼턴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회담준비)과정, 북한 이슈에서 제외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에도 직책상 참석했어야 하지만 볼턴 보좌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CNN은 전날 또 다른 기사에서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공개 언급한 이후 폼페이오 장관과의 갈등이 폭발 직전의 단계로 치달았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해 김영철과의 백악관 면담에 볼턴이 배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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