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절반 이상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경영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특히 생산현장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9일부터 6월1일까지 지난해 매출액 600대 기업 중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업종에 속한 37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 112곳 중 55.4%인 62곳이 경영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6일 밝혔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19.6%에 그쳤으며 25.0%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들은 생산현장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복 응답을 허용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3%는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어 연구개발(22.3%), 영업(19.6%) 부서 순으로 애로사항이 많을 것으로 봤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오히려 당장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걱정했다. 전체 응답자 중 58.9%가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1%에 그쳤다.
특히 기업들은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축소된 임금보전 요구(35.7%)와 생산성 향상 과정에서 노사 간 의견 충돌(35.7%)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종업원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9.5%)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책으로는 생산성 향상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한 기업이 74.1%로 가장 많았으며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27.7%밖에 되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1%)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3개월로 제한돼 있지만 이를 적어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체계 마련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7.1%가 7월1일 시행 전까지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며 이미 대응체계를 구축하거나 제도 시행 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39.3%에 그쳤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노사가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진해야 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연장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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