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2년 뒤에 종료되면 미국 경제가 힘겨운 경기둔화를 맞이할 수 있다고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시기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개인·법인세 감면과 3,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를 “매우 잘못된 시점에서 이뤄지는 경기부양책”이라고 지적하며 “미국경제는 이미 완전고용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처럼 미국의 실업률이 매우 낮은 시점에 등장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연준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부양책이 올해와 내년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2020년에 가서는 ‘와일 E. 코요테’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일 E.코요테는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로드 러너를 잡으려다 늘 수모를 맞는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부양책이 올해와 내년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3%와 2.9%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경기부양책이 없었던 지난해의 성장률은 2.6%였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3월 현재 3.8%로,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 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 향후 다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CBO는 그러나 2020년에 가면 경제성장률이 1.8%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지난 3월 제시한 2020년의 예상 경제성장률 중간값은 2%였다.
경기부양책이 끝난 뒤에 예상되는 경기둔화의 강도는 현재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의 깊은 관심사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강력한 성장이 이뤄지는 이 시기에 자본축적을 늘리고 노동력을 개선한다면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2년 이상 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이컵 루 전 재무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버냉키 전 의장과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루 장관은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경기 회복기에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행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불이 다 타고나면 무엇이 남겠는가”라고 자문하면서 “높은 금리, 향후 경기둔화에 대처할 수단 부족, 재정적자 증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