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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YOU 怒 ?… '욱'한민국을 아십니까

[어글리 사회가 만든 앵그리 청춘]

입사 조언한 남친에 욱…뺨 후려친 여친

그림 안 그려진다고 화구 던진 초등학생

분노조절 장애 70% '1030세대'가 차지

입시전쟁·취업전쟁 내몰리며 불만 쌓여

美·日처럼 지역사회가 나서 보살펴줘야





대학 졸업 후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오모(26)씨는 최근 카페에서 남자친구의 뺨을 때렸다. 대기업 연구소 입사에 계속 실패해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중소기업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옮겨보라”고 조언하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랐다. 오씨는 “내가 겨우 중소기업 직원 정도로밖에 안 보이느냐”며 사람들 많은 카페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즉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사과했지만 남자친구는 이별을 통보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은 아버지의 분노가 아들에게도 전해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 종수(유아인)의 아버지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다. 종수는 주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어머니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게 한 아버지를 미워한다. 하지만 그 역시 일상에서 좌절을 거듭하면서 아버지를 닮아간다. 이 감독은 “지금은 나이와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분노하는 시대”라고 일갈했다. 그의 말처럼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분노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대(29%), 30대(20%), 10대(19%) 순으로 10~30대가 70%에 달한다.

통제되지 않은 분노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데이트폭력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2014년 6,675명에서 지난해 1만303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폭행·상해가 7,552건으로 가장 많았고 체포·감금·협박(1,189건), 살인·살인미수(67건)가 뒤를 이었다. 데이트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목격된다. 실제 올해 초 서울 신촌의 유흥가에서 새벽2시께 한 20대 남성이 연인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모텔 가든지 나한테 맞든지 결정하라”며 윽박질렀다. 길을 지나던 행인들이 모여들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급기야 여성의 온몸을 사정없이 발길질하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여성은 “괜찮다, 신경 쓰지 말라”며 경찰을 돌려보냈다. 남성은 1시간가량 폭행을 반복하다 여성을 데리고 모텔 골목으로 사라졌다.

청년들의 ‘묻지마 폭행’도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다. 20대가 주로 몰리는 신림역 일대를 관할하는 지구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폭력사건으로 출동한다. 신림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또래 간 단순 폭행사건이 5년 전보다 체감상 20~30%는 늘었다”며 “예전에는 단순한 주먹 다툼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몽둥이를 사용하거나 사람이 실신할 때까지 때리는 등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춘기를 겪는 10대들의 폭력성은 더욱 심각하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집단으로 때리고 사진을 찍어 돌렸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에서 보듯 갈수록 더욱 잔인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교실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는 “반 학생 25명 중 5명 정도가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수시로 보인다”며 “미술수업 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미술 도구를 던지고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갑자기 화를 내며 때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30대가 화를 폭력으로 분출하는 현상에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청년들은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과 취업난 탓에 끊이지 않는 경쟁에 시달리고 직장이나 사회에서 불평등을 일상적으로 겪으면서 분노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평소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자극을 받아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열한 입시경쟁과 취업전쟁에 내몰리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개인주의적 성향도 강해지다 보니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과도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도록 유도하려면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태규 단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유독 ‘나만 힘들다’는 자기중심성이 강해 상대적 박탈감도 강하다”며 “미국·일본처럼 다양한 배경의 지역사회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런 피해의식을 줄이고 서로 보살펴주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김정욱·서종갑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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