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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파란만장 근현대사, 그림 안에 있소이다

제148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20일 평창동 사옥서

아이들·앉아있는 여인 등 1950년대 이후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 엄선

최영림 ‘남으로 가는 사람’ /사진제공=서울옥션




평양이 고향인 화가 최영림(1916~1985)은 한국전쟁 때 월남한 후 자신이 겪은 고난을 거칠고 빠른 붓터치, 굵고 검음 선으로 표현했다. 허리춤에 어린아이를 동여매듯 둘러업은 여인을 그린 ‘남(南)으로 가는 사람’(이하 추정가 1,800만~3,000만원)에 작가는 처자식을 북에 두고 온 죄책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투영했다. 최영림과 동향의 동갑내기 친구인 이중섭(1916~1956)은 삶이 힘겨울수록 가족과의 단란했던 시간을 화폭에 새겼다. 은지화 ‘아이들’(6,500만~9,000만원)에는 다리를 올리고 누워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이 평화롭고 즐거운 한 때를 보여준다. 이중섭은 피난 시절 시작한 담배갑 은지화에 자신의 이상향을 담았다. 같은 시대를 산 박수근(1914~1965)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고단한 삶에 무뎌진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를 통해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보여줬다. 노상에 바구니를 깔고 손님을 기다리는 ‘앉아있는 여인’(5억~7억원)에는 애잔함이 감돈다.

이중섭 ‘아이들’ /사진제공=서울옥션


박수근 ‘앉아있는 여인’ /사진제공=서울옥션


서울옥션(063170)이 오는 20일 평창동 본사에서 개최하는 ‘제 148회 미술품경매’에 한국 근현대 미술사 대표작들을 엄선해 선보인다. 올 상반기 마지막인 이번 경매에는 낮은 추정가 총액 100억원 규모의 미술품 162점이 출품된다. 특별 기획전 성격의 ‘근현대 한국의 역사, 근현대 한국의 미술’에서 20명 작가의 25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반영한 최영림·이중섭 등 7명이 1950년대 이후 미술을 대표한다. 이어 ‘현실과 발언’이라는 주제로 1980년대 정치·경제의 격변기에 미술이 어떤 역할을 고민했는지를 9명 작가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전통을 계승하되 서정성을 불어넣은 오윤(1946~1986)은 김지하의 1971년작 동명 시를 모티브로 한 ‘앵적가’(2,000만~4,000만원)에 일본의 경제 침략에 대한 풍자와 한국사회의 기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감각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촛불시위를 소재로 한 대작이 청와대 본관에 걸려 화제를 모은 임옥상(78)은 1980년대 농촌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남겼다. 출품작 ‘보리밭’(5,000만~8,000만원)은 캔버스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보리밭 위로 보이는 검게 그을려 주름이 가득한 농부의 얼굴이 농촌의 현실과 사회적 위기를 대변한다. 심정수(76)의 ‘부서진 교각’, 이종구(64)의 ‘보리밭-화순에서’, 황재형(66)의 ‘고무씹기’ 등 강렬한 작품들을 눈여겨 볼 만하다.

오윤 ‘앵적가’ /사진제공=서울옥션




마지막 섹션은 ‘염원’을 주제로 통일과 평화,민주화를 꿈꾸는 작품들이 모였다. 고암 이응노(1904~1989)의 ‘군상’(1,500만~2,500만원)은 광장에 모인 군중의 희망찬 몸짓을 담았다. 구본주(1967~2003)의 ‘파랑새’는 마주 모은 양손을 표현한 작품인데 빛을 비추면 날아오르는 새의 모습이 그림자로 나타난다.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집에 걸린 ‘북한산’으로 유명한 민정기(69)의 ‘겨울소나무’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소나무를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보여준다.

구본주 ‘파랑새’ /사진제공=서울옥션


민정기 ‘겨울소나무’ /사진제공=서울옥션


이외에도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우환의 시기별 대표작과 고미술품인 ‘궁중황계도’ ‘백자대호’ 등이 출품됐다. 오는 13~20일까지 평창동 사옥에서 출품작 사전전시(프리뷰)가 진행된다. (02)395-0330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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