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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후폭풍] 페소화 또 폭락...신흥국서 한달새 123억弗 빠져나가

EU 출구전략까지 겹쳐

신흥국 위기설 현실화





미국이 긴축 속도를 높이고 유럽연합(EU)도 올해 말 출구를 제시한 것이 기폭제가 돼 신흥국 위기설이 우려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급락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 등도 줄줄이 하락하며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증폭시켰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다음날인 이날 하루 사이에 6.58% 급락해 달러당 27.98페소를 기록했다. 페소화 통화 가치는 이날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3.45%가 빠졌다.

FT는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내 양적완화 종료 발표로 선진국들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IMF 구제금융도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불안과 통화가치 하락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지난 4월부터 5월 초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27.25%에서 40%까지 끌어올리는 극약 처방을 내렸음에도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하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감도 극에 달했다.



시장 불신을 의식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경질된 페데리코 스터제네거 중앙은행 총재 후임에는 2016년 재무부에서 분리된 예산부 장관인 루이스 카푸토가 임명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고육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으로, 이미 불거진 위기감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안 버틀러 금융분석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금융당국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정권이 직격탄을 맞았으며 상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신흥국 통화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아시아 국가들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27% 하락 마감했으며 멕시코 페소와 칠레 페소화도 각각 1.81%, 0.52% 떨어졌다. 태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 역시 줄줄이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들 신흥국은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의 빨라지는 긴축 행보에 따른 외국자본 이탈을 저지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간 해외자본이 123억달러로 2016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시장에서 유출된 자금만도 80억달러에 이른다.

한편 일본은행은 1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0.1%로 동결하고 10년 만기 국채금리(장기금리)도 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미 금리 인상과 유럽의 양적완화 종료로 일본도 긴축 합류의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많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미국은 임금도 물가도 순조롭게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은 좀처럼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며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호·변재현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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