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피부과 수준의 마사지 등을 받는 ‘홈 뷰티’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정작 국내 제약회사들은 홈 뷰티 기기(가정용 미용기기) 시장에서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직 화장품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미용의료기기까지 사업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K뷰티 기기’ 바람이 불 가능성도 커 제약사들이 ‘뒷북’을 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홈 뷰티 기기 브랜드 ‘프라엘’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제약회사에서 관련 제품 개발을 검토하지 않거나 유사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클래시스가 최근 갈바닉 이온 진동기기인 ‘터치웨이브’를 출시한 것을 제외하고는 미용 기기 사업을 적극 검토하는 제약회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일동제약도 지난 2015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퍼스트랩’의 출시와 함께 갈바닉 이온 마사지기 ‘엘릭서 스킨 디바이스’를 판매했으나 현재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일동제약 측은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퍼스트랩’ 출시 후 화장품의 부가적인 상품으로 잠시 판매했다가 지금은 중단한 상태”라며 “미용 기기보다 화장품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진동을 통해 화장품의 흡수를 돕고 피부 마사지 효과를 주는 게 특징이다. 출시 당시 한지혜가 모델로 활약해 일명 ‘한지혜 마사지기’로 불렸다. 동국제약 역시 가정용 마사지기 브랜드 ‘스포테라’를 출시하며 마사지 기기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아직 얼굴(미용)로까지 확대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 자체도 하기 힘든 상황에서 디바이스는 차원이 또 다른 문제”라며 “아직 화장품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디바이스까지 확대하는 게 회사 차원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약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홈 뷰티기기 시장은 성장하는 추세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홈 뷰티 기기 시장은 지난해 4,500억원 규모로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피부과나 전문 에스테틱에서 주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 것보다 집에서 꾸준히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출시한 LG전자의 홈 뷰티 기기 ‘프라엘’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겁다. LED 파장을 이용해 피부톤과 탄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더마 LED 마스크’, 화장품 흡수를 촉진해주는 ‘갈바닉이온부스터’, 전동 세안기인 ‘듀얼모션클렌저’, 피부탄력을 높여주는 ‘토탈리프트업케어’ 등 4종 기기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뷰티 기기 시장은 커지는 추세지만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며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성공한 만큼 한국산 뷰티 기기 역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홈뷰티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 기기는 의사의 처방 없이 개인이 구매할 수 있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서 피부에 닿는 제품인 만큼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P&K 피부임상연구센터를 통해 성인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효능을 검증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 인가해 안전성 검증도 거쳤다. 최근 홈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낸 클래시스 역시 화장품 전문 임상기관인 엘리드, P&K를 통해 눈꺼풀 처짐, 피부 탄력, 안면 리프팅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