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과 상속세 탈루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23분께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서울남부지검에 나타난 조 회장은 초췌한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이어 ‘두 딸과 아내에 이어 포토라인 서게 됐는데 국민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상속세는 왜 안 낸 거냐’는 질문에 “검찰에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또 횡령·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죄송하다”고 답한 뒤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달 30일 조 회장을 수백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남부지검은 해당 사건을 기업·금융범죄전담부서인 형사6부에 배당해 수사해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조 회장 남매가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 남매가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가로채기’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부동산을 관리하는 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의심 규모는 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수사기관 출석은 이번이 세 번째다. 조 회장은 지난 2015년 9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 남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 회장은 또 회삿돈을 빼돌려 자택공사비로 쓴 혐의로 지난해 9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앞서 검찰은 조 회장의 형제들도 줄줄이 소환했다. 지난 25일에는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26일에는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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