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사업에서 ‘차이나리스크’를 돌파하는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삼성SDI의 기술력을 인정했고, 업계에서는 2020년 중국의 자국 업체 보조금 정책이 끝나면 유럽과 미국에서 경쟁력을 갖춘 삼성SDI가 진면목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말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공장이 일정 수준 이상 기술력을 가졌다며 ‘화이트리스트’에 포함 시켰다.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다고 당장 중국 업체처럼 보조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과도한 차별은 받지 않게 됐다. 특히 삼성SDI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해제 이후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은 2020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크게 줄이거나 폐지할 계획이어서 삼성SDI와 중국 내 1위인 CATL이 앞으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CATL은 삼성에 비해 객관적인 기술력이 달리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삼성SDI의 주요 거래처가 BMW, 폭스바겐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인데 비해 CATL의 주요 거래처가 중국 내 완성차 업체에 그치는 점은 이를 반영한다. 유럽과 미국의 친환경 규제로 전기차가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삼성SDI의 해당 지역 거래선이 탄탄하기 때문에 중장기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 밖에 글로벌 1위로 평가받는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CATL의 성장이 주목받았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삼성SDI가 장악한 유럽과 미국보다 중국이 빨랐던 탓이다. 지난 6월 11일 상장한 CATL의 주가는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24조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에서는 15조원에 불과한 삼성SDI의 시총이 상승할 근거가 됐다고 풀이한다.
기술력이 가장 확실한 근거다. 배터리셀 분야에서 삼성SDI가 공급하는 삼원계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의 한 종류로 니켈, 망간, 코발트로 양극재를 만듦)는 중국 업체들이 집중했던 리튬인산철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 무게와 부피, 원가 절감 등에서 우위를 가지며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SDI는 올해 하반기부터 삼원계 배터리 중에서도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린 3세대 제품을 공급한다. 반면 중국 내에서 가장 삼원계 배터리 기술이 높은 CATL은 아직 2세대 중에서도 용량이 낮은 배터리 제공에 그치고 있다.
다만 생산능력 증설은 CATL이 속도와 양에서 삼성 SDI를 완전히 능가한다. 삼성SDI는 2020년에 생산능력 30기가와트(GWh)를 목표로 하지만 CATL은 50GWh를 계획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셀 분야의 생산능력은 CATL이 우월하지만 기술력은 삼성SDI가 앞선다”면서 “앞으로 유럽계와 미국계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삼성SDI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이들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삼성SDI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등에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는 삼성SDI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3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는 전기차에 비해 기술 장벽이 더욱 높지만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가격이 많이 올라 생산 과정에서 전략적 제휴를 늘리는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 부문의 상업용 ESS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2·4분기 실적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2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238% 증가한 1,28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이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