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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갈팡질팡 52시간제…혼란 키우는 정부

박성호 산업부 기자

정유·화학업계 생산 현장에서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방안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모습이다. 제도 안착을 위해 시행하기로 한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의 새로운 보완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에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화학업계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핵심 쟁점은 탄력근무제 도입과 인가연장근로 범위 확대다. 탄력근무제란 일이 많이 몰리는 특정 기간에 근로 시간을 연장하고 적은 기간에는 줄임으로써 평균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법상 노사 합의로 3개월까지 단위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유·화학기업들은 정기보수나 시운전 등의 특별한 기간에는 3개월 동안 탄력근무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주 52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여당과 기획재정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신규 채용이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고숙련 근로자가 필요한 유화업계 특성상 신규 채용을 하더라도 당장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 생산시설을 관리·감독하는 보드맨이나 포맨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안전이 최우선인 현장인 만큼 신입 직원 혼자 기존 직원의 업무를 담당하라고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화업계가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 확대 가능성을 얘기하는 정부의 입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방침이 안 정해졌으니 휴가 내기도 조심스럽다”며 “노조에서는 상관하지 말고 내라고 하는데 회사 눈치가 보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이 시대의 흐름이 된 만큼 악용할 수 있는 ‘간 큰’ 기업은 없다. 정부의 말대로 시행하다 부작용이 있으면 개선하면 된다. 그 전에 정부가 확실하게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하는 것이 기업이다.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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