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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인재보국' 정신 깃든 선경도서관 '새 단장'

◆SK, 개관 30돌 맞아 25억 추가 기부

30년전 최종현 선대회장 시에 기증

250억 거금 들여 창업자 형 뜻 기려

당시 최첨단 건물·전산시스템 도입

SK 다시 기부,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사회적 가치·인재육성' 정신 이어가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 동상과 수원시립선경도서관 전경. 사진 제공=SK그룹




경기 수원시 신풍동 수원행궁 앞을 지나 팔달산 자락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도서관 건물이 나타난다. SK(034730)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지어 수원시에 기부한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이다. 도서관의 로비에는 SK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그의 유지를 받아 그룹을 굴지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시킨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록물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을 보다 보니 한 장의 사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최 선대회장의 환히 웃는 모습이다. 30년 전 선경도서관의 개관식에서 찍힌 이 사진에서 최 선대회장은 옆 사람과 대화를 하다 하늘을 쳐다보며 박장대소하고 있다. 형인 창업회장의 인재 보국과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유지를 실현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였을까. 기업을 이끌어 간다는 책임감에 공적인 자리에서 늘 엄숙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경기 수원시 수원시립선경도서관 1층 로비에 전시된 1995년 도서관 개관식 사진에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SK그룹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선경그룹은 1989년 도서관 부지를 매입해 1991년에 수원시에 기증하고 2년 후 착공해 1995년 건물을 지어 통째로 기부했다. 선경도서관은 당시로서는 가장 최첨단이었고 규모도 컸다. 이 때문에 전국 도서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개관 당시부터 근무해 현재 선경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이명옥 관장은 “이전까지는 종이로 된 도서카드에 수기로 작성해서 책을 빌리거나 볼 수 있었지만 선경도서관은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전산화한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개관식 전날 밤 12시까지도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 작업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경도서관은 최 선대회장이 형인 최종건 창업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당시로서는 거금인 250억 원을 들여 세웠고 이를 수원시에 아무런 이익을 바라지 않고 기증했다. 최 창업회장의 인재 육성 의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철학은 투철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수원시에서 선경직물을 설립한 최 창업회장은 처음에 100명의 직원을 모집하려 했지만 1000명 이상이 몰리자 당초 선발 기준인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 대신 가족이 많은 사람 순으로 직원을 뽑았다고 한다.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한 명을 위한 일이 아닌 가족, 나아가 사회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공장을 돌리기에도 전력이 부족했지만 선발된 직원들을 위해 야학을 개설해 한글을 가르친 일도 유명하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형인 최종건 창업회장의 애향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선경도서관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했다. 이를 알리는 내부 표석. 사진 제공=SK그룹


최 선대회장도 형의 유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유지를 실현한 것이 바로 선경도서관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형에 대한 안타까움과 유지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수원시에 도서관을 기부한 뒤에도 최 선대회장은 이른 새벽 점퍼 차림으로 도서관을 찾아 구석구석 둘러보고 개선점을 제안했다고 한다.

SK그룹은 27일 선경도서관에 25억 원을 다시 기부했다. 근래 새로 지어진 도서관들이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선경도서관은 예산 등의 이유로 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서관 측은 기부금으로 1층의 로비와 어린이 열람실을 하나로 합쳐 수원행궁 나들이 손님들도 찾아오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건립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유지를 SK그룹이 이어나가는 셈이다.

선경도서관 1층 내부 로비 모습. 사진 제공=SK그룹


이날 선경도서관에는 많은 수원시민들이 찾아 독서를 즐기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고영자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이 곳에서 4000권의 책을 읽었다”며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키다리 아저씨’였고 제게는 친정집과 같은 곳”이라고 회상했다. 한정규 화성연구원 이사장은 “수원 화성 연구를 위해 선경도서관의 향토자료실을 안방 드나들듯이 다녔다”며 “어린 시절은 물론 청년·중년 시절을 함께 한 뜻깊은 장소”라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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