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는 제2의 조국이다.”(앙투안 그리즈만)
“그리즈만은 그냥 프랑스 사람이다. 우루과이의 정서를 알 리 없다.”(루이스 수아레스)
6일 오후11시(이하 한국시각) 열릴 2018러시아월드컵 8강 프랑스-우루과이전(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은 미묘한 장외 신경전으로 벌써 뜨겁다.
프랑스 스트라이커 앙투안 그리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우루과이는 내 두 번째 조국”이라며 그런 나라와 맞붙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리즈만은 18세에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당시 감독이던 우루과이 출신 마르틴 라사르테는 그리즈만에게 지금도 아버지 같은 존재다. 1~2명의 우루과이 동료와 매 시즌 함께한 그리즈만은 남미 전통 마테차를 달고 살며 우루과이리그 페냐롤 팀의 열성 팬이기도 하다. 우루과이 대표팀의 수비수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의 3세 딸은 그리즈만을 대부로 두고 있다.
루이스 수아레스(31·FC바르셀로나)는 “절반은 우루과이인”이라는 그리즈만의 발언이 영 못마땅하다. 수아레스는 “우루과이인의 정체성과 축구 발전사를 그리즈만은 알지 못한다. 그저 우리 문화를 즐기고 언어를 할 줄 아는 것뿐이지 그와 우리의 정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리즈만과 수아레스는 2017-20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각각 19골 9도움(득점 6위), 25골 12도움(득점 3위)을 올렸다. 이번 대회 기록은 그리즈만이 2골, 수아레스는 2골 1도움이다.
수아레스가 그라운드 밖에서부터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팀의 운명이 그의 발끝에 달렸다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영혼의 단짝’인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가 부상 중이다. 포르투갈과 16강에서 혼자 2골을 터뜨렸지만 종아리를 다친 카바니는 8강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ESPN은 소식통을 인용해 “8강전에 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크리스티안 스투아니(지로나)나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페냐롤)가 카바니의 공백을 메울 후보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카바니는 출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바니가 프랑스 리그앙 소속이라 선수보호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4전 전승에 1실점 중이다. 엄청난 활동량과 투지로 3골을 책임진 카바니의 역할이 컸다. 부상 뒤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카바니는 극적으로 회복해도 교체 출전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바니가 나올 수 없다면 무게중심이 프랑스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카바니는 2017-2018 리그앙 득점왕(28골 5도움). 팬들이 기대했던 수아레스-카바니와 그리즈만-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의 ‘쌍포대결’도 물거품이 된다. 물론 우루과이협회는 카바니의 출전 가능성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음바페 열풍이 신드롬으로 번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1998년 프랑스가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한 직후 태어난 음바페는 아르헨티나와 16강에서 번개 같은 스피드로 2골을 폭발하는 등 이번 대회 3골을 작성했다. 수아레스는 “음바페가 훌륭한 선수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수비진은 그를 봉쇄할 만큼 아주 훌륭하다”고 했다.
7일 오전3시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질 브라질과 벨기에의 8강은 5회 우승의 월드컵 전문가와 황금세대의 격돌이다. ESPN은 벨기에의 승리를 점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매체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부터 필리피 코치뉴(바르셀로나), 가브리에우 제주스(맨체스터 시티),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까지 득점원이 풍부한 브라질은 당연히 강력한 팀이지만 전력을 진정으로 시험해볼 톱클래스 상대를 아직 만나지 않았다”며 “0대2로 뒤지던 일본전을 3대2로 뒤집고 올라온 벨기에마저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루안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높이도 골칫거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은 최근 A매치 9경기에서 단 1골만 허용했다. 이번 대회 들어서는 유효슈팅도 5개로 막을 정도로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벨기에는 4경기에서 무려 12골을 몰아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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