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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는 것도 적어라" '갑질'회사에 손해배상 판결

리서치 연구원으로 입사했지만 경영지원부로 발령

자리 뜰 때마다 행선지·시간 적게 해…위자료 지급 판결

법원은 직원을 근로 계약과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내고 자리를 뜰 때마다 행선지와 사유를 공개된 장부에 적을 것을 강요한 회사에 해당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하다./출처=이미지투데이




법원은 직원을 근로계약과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내고 자리를 뜰 때마다 행선지와 사유를 공개된 장부에 적을 것을 강요한 회사에 해당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지시가 합리적인 수준의 근태 관리를 넘어서 개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는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오상용 부장판사)는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 소송에서 회사가 A씨에게 2,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동의 없이 근로계약서 상 업무와 관련 없는 부서에 발령낸 것 역시 취소할 것을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리서치 연구 및 조사 업무’에 한정해 연구팀의 팀장으로 입사했다. 2016년 그가 속한 연구팀을 해체한 회사는 A씨를 1개월간 대기발령 냈다. 이후 그가 고객사에 보낸 이메일을 문제 삼아 해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4개월 반 만에 복직한 A씨를 회사는 리서치 업무와 무관한 경영지원부로 발령했다. 그해 12월 회사 계정으로 받은 이메일을 개인 메일 계정으로 무단 발송해 보안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회사는 A씨를 또다시 대기발령 냈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A씨에게 화장실 사용까지 포함해 자리를 뜰 때마다 행선지와 사유, 시간 등을 공개된 장소에 비치된 장부에 기재하도록 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끝에야 장부 작성을 중지하라는 조정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대기발령 동안 회사 홈페이지의 익명 게시판엔 그를 두고 ‘무전취식’·‘급식충’이라는 글들이 올라왔고 이 글들은 회사의 방치 속에 9개월 넘게 게시판에 올라 있었다.

재판부는 회사가 A씨를 경영지원부로 발령낸 것은 “근로자 동의 없이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부당하며, 자리를 뜰 때마다 행선지 등을 적게 한 것도 “합리적인 수준의 근태 관리 방법을 넘어서 근로자인 원고의 행복추구권과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불법 행위”라 판단했다. 익명 게시판 글을 방치한 것 역시 회사가 게시판 운영자로서 명예훼손 글을 삭제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A씨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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