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살인 로힝야족 소녀 A는 지난해 8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반군 소탕작전 와중에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A에게 성폭행 피해와 임신은 감옥을 의미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걱정돼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A는 난민촌에 들어가자마자 대나무로 지은 움막 속에 틀어박혔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러 태어난 아기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다.
아기는 10개월 전 당했던 끔찍했던 성폭행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성폭행 자체가 수치로 여겨지고 이교도 남성의 아이를 낳은 것은 ‘신성모독’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출산은 이들에게 또 다른 재앙이다.
비난을 두려워한 일부 여성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낙태를 감행하기도 했고, 움막에서 은밀하게 10개월을 숨어 지내다가 출산 후 아이를 몰래 처리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난민촌 의료진은 보고 있다.
싸구려 낙태약을 이용해 태아를 지운 H 역시 임신 사실이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더는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면서 여러 차례 결혼 시도가 불발된 A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의를 원한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라며 침묵을 깼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성폭력 전문가인 대니얼 카시오는 “많은 아이가 임신 도중 그리고 출산 도중 죽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주리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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