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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社屋) 지도가 바뀐다

도심 중심부에서 서울 변두리 '마곡'으로 이사하는 기업들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잡는 대기업들

경영난에 눈물을 머금고 사옥을 내다파는 기업들

대기업 떠난 빈 자리 채우는 공유 오피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사옥 지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때 삼성그룹은 태평로, 롯데그룹은 소공동, 대우그룹은 서울역, 현대그룹은 계동으로 대표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요 대기업들이 터를 잡고 성장한 이들 지역은 사람으로 치면 마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과거의 영광을 함께했던 오랜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마련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이에 맞춰 인력과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하고 그룹 내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계열사를 한데 모으는 ‘통합사옥’ 을 마련하는 곳도 있고, 경영 악화로 정든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서울의 서쪽 끝, ‘마곡’으로 몰려가는 대기업들=올해 재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역 중에 하나는 서울 서쪽 끝에 위치한 강서구 마곡동입니다. 마곡동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눈길조차 잘 주지 않던 외진 지역이었습니다. 그간 주요 대기업들의 사옥은 서울 핵심 권역에 위치한 3대 오피스 지구(도심·여의도·강남)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LG그룹과 코오롱그룹이 대표적입니다. LG는 지난 4월 20일 ‘LG사이언스파크’를 열었습니다. LG사이언스파크에는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생활건강 등 8개 계열사의 연구인력 2만2,000여명이 집결할 예정입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 오픈 환영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기업이 영속하는 근본적인 해법도 인재를 키우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LG사이언스파크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코오롱그룹도 마곡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거점으로 점찍었습니다. 코오롱은 지난 4월 마곡에 ‘코오롱 One&Only타워’를 열었으며 그룹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텍 3개사의 본사 인력이 근무할 예정입니다. 애초 코오롱 계열사 R&D 인력과 조직만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이웅열 회장의 제안으로 그룹 핵심 인력과 조직이 함께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 마곡 사이언스 파크 전경. LG사이언스파크에는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8개 계열사 연구 인력 2만 2,000여명이 집결할 예정이다.




◇본사 이전해 새 도약 준비하는 기업들=그런가하면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본사를 이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잠실역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를 준공한 롯데그룹은 그룹의 거점을 서울 을지로 소공동에서 잠실로 옮겼습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유통·식품·화학·호텔&서비스 4개 사업부문(BU)과 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지주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도 소공동에서 롯데월드타워 18층으로 옮겼습니다.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온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말 신사옥을 준공하고 청계천 시그니처타워에서 용산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했습니다. 또 아모레피시픽 신사옥 바로 옆에 위치한 LS용산타워에는 올 하반기에 LS그룹 지주사인 ㈜LS가 이전하고 LS니꼬동제련 서울사무소, E1, LS메탈도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입니다. LS그룹이 2008년 출범한 후 10년 만에 본격적인 용산 시대가 개막되는 것입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그전까지 서울 중고 소공동에 그룹의 본사가 있었던 롯데그룹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준공 후 잠실로 거점을 옮겼다.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도 소공동에서 롯데월드타워 18층으로 옮겼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청계천변 시그니처타워를 임차해서 사용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에 설계를 맡겨 올 초 용산에 신사옥을 준공했다.


현대차그룹과 두산그룹도 몇 년 안에 본사를 이전할 예정입니다. 현재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터를 잡고 있는 현대차는 오는 2022년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준공에 맞춰 본사를 이전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계열사들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지상 105층, 높이 569m 규모의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지어 새로운 100년을 상징하는 건물로 만들 계획입니다. 흥미로운 사실 중에 하나는 GBC 설계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김종성 건축가가 SK그룹의 본사인 서린빌딩을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김종성 건축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건축물에 중점을 두고 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그의 건축 철학 때문에 대기업들과 많은 작업을 해왔습니다. 동대문 터줏대감인 두산그룹도 2020년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두산분당센터’ 준공 후 지주사인 두산을 포함해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두산엔진 등 각지에 흩어진 계열사들이 집결할 예정입니다.

◇경영난에 공들여 마련한 사옥 파는 대기업들=이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옥을 이전하는 이유는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기업 경영악화로 어쩔 수 없이 정든 터전을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입니다. 금호아시아나는 그룹의 500년 미래를 내다보고 공들여 지은 광화문 사옥을 독일계 자산운용사인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여러 투자자들이 수차례 매각 의사를 타진했으마 쉽사리 내놓지 않았던 자산입니다. 금호아시아나가 광화문 사옥을 매각하는 것은 그만큼 자금난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금호아시아나는 광화문 사옥을 매각하는 동시에 CJ대한통은 지분을 팔고,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내식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공급하지 못해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금호아시아나는 광화문 사옥 매각 후 본사를 이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대 초반 대우그룹에서 분사된 후 2006년 처음으로 다동 사옥을 사들였으나 2016년 경영악화로 부동산자산운용사에 매각하고 임차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구은행 계열의 DGB자산운용이 본사로 활용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사옥을 매입하면서 조만간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삼성그룹은 최근 강남역 인근에 조성한 삼성타운에서 처음으로 사옥을 매각했습니다. 삼성물산 소유의 서초사옥은 최근 입찰을 실시했으며, 코람코자신산탁이 리츠를 설립해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매각되면서 삼성타운의 상징성도 많이 희석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 사옥. 금호아시아는 그룹의 500년 미래를 내다보고 공들여 사옥을 지었으나 자금난에 결국 매각했다.


◇대기업 떠난 빈 자리 채우는 ‘공유 오피스’=이처럼 대기업들이 떠난 빈 자리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공유 오피스가 채우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지난 5월 1일 미국계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가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빌딩)에 입주했습니다. 위워크 1호점은 지난 2016년 강남역에 위치한 임대용 빌딩 홍우빌딩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각역 종로타워,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여의도 HP빌딩, 을지로 대신파이낸스센터 등 대기업들이 사옥으로 사용하던 곳에 입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스퀘어에 위워크가 들어서는 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서울스퀘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에 하나였던 대우그룹의 본사가 있던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스퀘어는 1973년 김우중 당시 대우실업 대표가 약 47억원에 교통센터를 인수해 1976년에 지금과 같은 지하 2층~지상 23층 규모의 매머드급 빌딩으로 재탄생시켰으며 ‘대우센터빌딩’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으로도 유명했으며 국내를 넘어 세계 경영을 목표로 성장하던 대우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이었습니다.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옛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 대우그룹이 떠난 빈 자리를 공유 오피스인 ‘위워크(WeWork)’가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대우라는 이름도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대 말 대우에서 인적 분할한 대우인터내셔널이 2014년까지 서울스퀘어 일부 공간을 임차해 사용했지만 지금은 대우그룹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우그룹에서 흩어진 계열사들은 이후 여러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빈번하게 사옥을 옮겨 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던 곳에 스타트업의 보금자리인 공유 오피스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의 성장 등 새로운 시대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여집니다.

공유 오피스 위워크 내부 모습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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