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9월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여신심사센터를 가동한다. 이를 위해 최근 인사에서 센터장을 내정하고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8명의 해외 전문 심사역을 내부 공모로 선발했다. 심사센터에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를 커버하며 앞으로 지역별 심사본부 체제로 글로벌 역량을 높인다는 것이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계획이다. 금액이 아주 클 경우에만 본점으로 넘겨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KEB하나은행도 내년 1월부터 여신심사위원회(가칭)를 동남아에 만들어 현지 여신은 현지에서 심사하는 체제를 구축한다. KEB하나은행의 고위관계자는 “단순히 여신심사역만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전결권을 주도록 할 것”이라며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두기는 힘드니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포스트를 두고 본점 여신심사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중국·베트남 등 주요 법인에 한국의 여신심사부장 격인 여신심사본부장(CCO)을 두고 현지 여신 심사 전결권을 줬다. 베트남 같은 곳은 심사역이 15명에 달한다.
은행들이 해외 여신 심사 전결권을 현지 지점에 일임하는 것은 본점을 거치면서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현지 차주의 상환능력을 현지에서 바로 평가해 대출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지 여신의 경우 현지에서 심사하는 것이 오히려 부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심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본점에서는 정성적 평가에 어려움이 커 거절되는 사례가 잦아 영업 확대에 걸림돌이 돼왔다”며 “과거에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국내 은행의 주 고객이었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리테일(소매) 영업이 강화되면서 씨티은행처럼 현지에서 곧바로 여신 심사를 맡도록 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이 동남아 진출을 확대하면서 철저히 현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KEB하나은행이 3,5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350억원), 우리은행(1,614억원), KB국민은행(234억원)순이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과 중국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4분기 25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