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도 고용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 여건에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무역 압박에서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불안한 경제·금융 여건으로 무역분쟁 장기화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중국을 몰아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금융불안과 경기둔화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에서는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악화로 시진핑 지도부가 큰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이날 장 초반부터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악재를 비웃듯 강세로 뛰어오른 후 1.34% 상승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0.41%, 0.85% 올랐다. 관세 폭탄이라는 예고된 악재보다 이날 오전 발표된 신규 일자리지표와 고용시장 전망이 호조를 이어간 데 투자자들이 반응한 결과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0%로 전월(3.8%)에 비해 소폭 올랐다. 이는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기존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됐던 60만1,000명이 구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시장에서 미 경제성장 가속페달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6월 경제활동 참가율은 62.7%에서 62.9%로 상승했다. 미 노동부가 내놓은 6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수도 21만3,000개로 전월(24만4,000개)보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시장전문가들의 전망치(19만개)를 웃돌았다.
월가에서는 1·4분기 2%였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분기에는 4%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중국 전문가 데릭 시저스는 지금이 미국의 대중 압박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고용지표 발표 후 트위터를 통해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JOBS, JOBS, JOBS!)”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번 무역전쟁이 단순히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개선이 아닌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 선점경쟁 과정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미 CNBC는 “콩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제품들까지 파장이 미치겠지만 세계 최대 경제 대국들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핵심요인 중 하나는 5G”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오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주자를 노리는 데 대한 미국의 견제가 핵심인 이번 무역전쟁에서 양국이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시진핑 2기의 순항과 집권연장의 안정적인 정치적 토대, ‘중국몽’ 실현을 위한 기술 굴기를 위해서는 미국의 압력에 고개를 숙일 수 없지만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맷집 싸움에서 중국 경제는 물론 자신의 정치력이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가 가파른 하락장세로 진입하며 당국의 부담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16일 발표되는 중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의 6.8%보다 떨어진 6.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선제공격에도 과격한 대미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 역시 금융시장의 동요를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최대의 도전을 맞게 됐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중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면 중국 경제와 금융은 확실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중국 굴기와 중국몽이 항상 위쪽을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2개국(G2) 간 경제 패권을 노리는 무역전쟁의 불똥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부는 6일 발표문을 통해 미국 철강 관세에 맞서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잠정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는 이달 중에 나라별로 철강 수출 할당량을 정하고 할당을 넘는 나라 제품에는 25%의 추가 관세를 물릴 방침이다. 러시아 행정부도 이날 미국에서 수입되는 건설·도로장비, 석유·가스설비 등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40%의 보복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서명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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