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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아트사커에 짠물수비 이식한 '마에스트로'…데샹, 佛 12년만에 결승 이끌어

선수 시절 끈질긴 압박으로 명성

월드컵서 유로·챔스까지 휩쓸어

감독 부임후 강점 대표팀에 전수

중원부터 상대 죄며 '이기는 축구'

역대 3번째 '선수·감독 우승' 노려

디디에 데샹(오른쪽) 프랑스 대표팀 감독이 11일 벨기에와의 4강전 승리로 러시아월드컵 결승행을 확정한 뒤 결승골 주인공 사뮈엘 움티티와 포옹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펜타프레스연합뉴스




불같은 성격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에리크 캉토나는 과거 프랑스 대표팀 동료 디디에 데샹(50)을 흔히 볼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로 ‘물 긷는 자(the water-carrier)’라고 불렀다. 캉토나는 수비형 미드필더 데샹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다른 동료한테 볼을 넘겨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라이벌이기도 했던 둘은 불편한 사이였다. 캉토나는 대표팀 주장을 데샹에게 물려줘야 했다.

물 긷는 사람이라는 별명은 부정적인 의도가 담긴 것이었지만 데샹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끈질긴 압박으로 공격권을 뺏고는 쉴 새 없이 전방에 전달하는 데샹은 역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전술 이해도가 높고 많이 뛰며 헌신적인 그는 리더십의 본보기를 보여준 선수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그는 프로 생활을 시작한 낭트에서 19세에 주장 완장을 찰 정도로 감독과 선수 간 이상적인 연결고리로 인정받았다. 마르세유 시절인 지난 1993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챔스 우승팀 사상 최연소(25세) 주장으로 기록됐다.

데샹은 A매치 103경기를 치르는 동안 1998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 우승 당시에도 캡틴으로 팀을 이끌었다. 챔스·유로·월드컵 우승을 모두 캡틴으로 경험한 선수는 데샹과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까지 단 3명뿐이다.

33세였던 2001년에 AS모나코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데샹은 2012년부터 프랑스 대표팀을 맡고 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프랑스-벨기에의 2018러시아월드컵 4강. 1대0 신승으로 프랑스를 12년 만에 월드컵 결승으로 안내한 데샹은 “이제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는 일만 남았다”며 20년 만의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각기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결승행을 조련했다. 유로2016 준우승과 2018월드컵 결승 진출. 프랑스 감독 사상 최초다. 오는 16일 0시 잉글랜드-크로아티아전 승자와 벌일 결승마저 이기면 데샹은 선수로, 또 감독으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하는 역대 세 번째 기록을 쓴다. 앞서 마리우 자갈루(브라질)와 베켄바워가 이 기록을 작성했다.

데샹 감독은 선수 시절의 강점을 고스란히 담은 축구로 프랑스에 우승 기대감을 심고 있다. 헌신적인 미드필더 조합인 ‘응골로 캉테, 폴 포그바, 블레즈 마튀디’로 중원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고 젊고 패기 넘치는 포백 ‘루카스 에르난데스, 사뮈엘 움티티, 라파엘 바란, 뱅자맹 파바르’가 상대 숨통을 죄는 식이다. 바란이 상대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를 그림자 수비로 무력화시키는 등 프랑스는 ‘황금세대’로 불리는 벨기에의 화려한 공격을 끝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후반 6분 나온 움티티의 헤딩골을 금이야 옥이야 지켜냈다. 프랑스는 90여분간 44회(벨기에는 33회)나 공을 가로채며 맥을 끊었다. 데샹 감독이 골잡이 카림 벤제마 대신 러시아에 데려간 올리비에 지루는 이날 원톱 공격수라는 포지션이 무의미해 보이는 활동반경으로 보이지 않는 공을 세웠다. 데샹 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팀에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만 기준 삼는 등 철저하게 이기는 축구를 구사하며 트로피에 다가서고 있다. 20년 전의 세련된 ‘아트사커’와는 거리가 있는 보수적인 방식이지만 화려함이 옅어진 대신 ‘짠물수비’로 무장했다. 3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와의 16강 난타전을 빼면 프랑스는 5경기 1실점 중이다.

데샹 감독은 “2년 전 결승전 패배(유로2016·포르투갈에 0대1)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날 이후 오늘 같은 승리를 간절하게 기다려왔다”며 “1998월드컵의 무용담을 선수들에게 들려준 적 없다. 굳이 백미러로 과거를 들여다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려 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 프랑스의 10골 가운데 3골은 수비수들이 터뜨린 것이다. 움티티와 바란·파바르가 1골씩 넣었다. 역대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팀 수비수 3명이 득점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빅상트 리자라쥐와 로랑 블랑, 릴리앙 튀람이 득점하며 우승까지 내달렸다. 프랑스가 우승한다면 ‘평행이론’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한편 32년 만에 4강에 오른 벨기에는 5경기 14골의 막강 화력이 가장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하지 못한 끝에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스타이자 벨기에 코치인 티에리 앙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프랑스 대표팀 후배들을 축하해줬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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