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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상에게 재해란?...술 먹은 아베, 이재민 안은 오바마

아베, 서일본 호우 첫 날 술파티

현지 갔지만 '죽음의 건배' 흉흉

트럼프 허리케인 하비 수습 때

멜라니아 '킬힐' 논란 일어

오바마는 허리케인 샌디 당시

이재민에게 가슴 열어 재선 성공

“어떤 비난이라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재해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다케시타 와타루 자민당 총무회장)

서일본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헤이세이 30년 7월 호우’의 시작점인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다케시타 총무회장 등 당 간부. 중의원의 젊은 의원들과 도쿄 아카사카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홍수 피해가 헤이세이(1988년 이후의 일본 연호) 시기 최악의 호우 피해로 번지자 아베 총리의 부적절한 처사가 도마에 올랐다.

대규모 허리케인이나 지진·해일 등 이따금 세계 각국을 덮치는 자연재해는 정치인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재난 대응을 진두지휘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들은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지만 잘못 대처할 경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한다.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간부 및 젊은 중의원 의원들과 지난 5일 도쿄 이자카야에서 건배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최근 재해로 뭇매를 맞고 있는 국가 정상은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 폭우가 시작된 지난 5일 도쿄 아카사카 중의원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이 아베 총리가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술잔을 들고 웃으며 건배하는 사진을 올리며 일본 열도의 공분을 샀다. 이 사진을 놓고 ‘폭우 술판’ ‘죽음의 건배’라는 비난이 SNS 타임라인으로 쏟아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헬기에서 수해지역을 시찰하고 있다. /아베 총리 트위터 캡처


호우로 인명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자 아베 총리는 부랴부랴 유럽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서일본 지역으로 현지 시찰에 나섰다. 사학스캔들 논란이 잠잠해지며 자민당 총재 3선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재해로 역풍을 맞게 되면 총리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대피소에서 무릎을 꿇고 이재민의 불만을 경청하는 모습까지 연출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헬기를 타고 피해 지역을 바라보는 아베 총리의 사진에 일본 누리꾼들은 우주 사진을 합성하며 조롱하고 있다.

일본 네티즌이 아베 총리의 헬기 시찰 사진에 우주 공간을 합성한 사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허리케인 하비 타격 때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8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와우(Wow), 전문가들은 하비가 500년 만에 한 번 있을 홍수라고 한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잘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이미 5명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올린 이 트윗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허리케인 하비 수해지역 방문을 위해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멜라니아 여사는 수해지역에 굽이 높고 얇은 ‘스틸레토 힐’을 신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유튜브 캡처


이틀 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피해 지역인 텍사스주를 찾은 그의 행보에 대해서도 대중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미 남부 유력지인 디애틀랜틱은 “감정 고취만 있었을 뿐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공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하비의 직접 피해를 당한 휴스턴 일대 방문을 생략한 채 코퍼스크리스티와 텍사스 주도 오스틴을 들르는 데 그쳤다. 코퍼스크리스티는 초기 허리케인 상륙지점 인근이지만 강풍 피해가 있었을 뿐이며 강우량은 지난달 30일까지 160㎜에 불과했다. 부인 멜라니아의 ‘킬힐’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코퍼스크리스티 소방서에서 지지자들을 앞에 두고 선거유세 같은 홍보성 연설을 한 모습도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재해가 정상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재해에 대한 발 빠른 대처와 이재민과의 공감은 정치적 위기를 넘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을 며칠 앞두고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를 재선 성공의 결정적 기회로 만들었다. 밋 롬니 당시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선 일주일 전 샌디가 미 북동부를 덮치자 선거유세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 복구에 전력해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재선을 이뤄냈다. 특히 뉴욕시 복구센터를 찾아 이재민들과 포옹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모습에 미국은 감동했다. ‘오마바 저격수’로 꼽히던 크리스 크리스티 당시 뉴저지주지사마저 그의 재난 극복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재선 가도에 순풍의 돛이 달렸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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